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하기 전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람 장관이 지난 4일 송환법 철회를 전격적으로 선언하기 직전 시 주석에게 이 같은 자신의 계획을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홍콩 정국의 중대 분수령이 된 송환법 철회 결정은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 차원이 아니라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홍콩 정부에 가까운 소식통은 "법안 철회는 홍콩의 수장 임명과 같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기에 시 주석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앙 정부가 이미 문제를 미중 관계의 맥락 속에서 보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정부에 주어진 여지는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간 국제사회에서는 지난 6월부터 홍콩의 정치적 위기가 격화하는 가운데서도 중국 중앙정부의 `대리인`인 람 장관이 사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관측이 대두했다.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람 장관은 홍콩 사업가들과 비공개 회동에서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좌절감을 표현하면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그만두는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송환법 철회 발표 이후에도 홍콩에서는 여전히 민주화 요구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송환법 반대 시위 성격이 짙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민주화 요구 시위 또는 반중국 시위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홍콩 민주화 진영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대 요구 조건이 모두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대규모 항의를 촉발한 방아쇠 노릇을 한 송환법 철회가 발표됐고, 홍콩 정부가 이를 계기로 대화와 강경 시위 대처를 병행하는 강온 양면책을 구사하면서 거리의 시위대 규모가 크게 줄어드는 등 기존 저항 진영이 온건파와 강경파로 분화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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