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복역한 화성 8차 범인, 과거 "고문당해 자백했다" 항소

입력 2019-10-07 21:04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 씨가 그동안 모방범죄로 분류된 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가운데 이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한 윤모(당시 22세·농기계 수리공) 씨가 당시 재판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한 사실이 확인됐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윤 씨는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박모(당시 13세) 양 집에 침입해 잠자던 박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7월 검거됐다.
윤 씨는 같은 해 10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2심과 3심에서 기각돼 무기수로 복역 중 감형받아 2009년에 가석방됐다.
그는 1심 선고 이후 항소하면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을 항소이유로 들었다.
윤 씨에 대한 2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이 사건 발생 당시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음에도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및 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허위진술하도록 강요당했음에도 불구하고 1심은 신빙성이 없는 자백을 기초로 다른 증거도 없이 유죄로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는 윤 씨의 자백 내용과 관련해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부분이 없고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며 윤 씨의 항소를 기각했고 3심은 1·2심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최근 화성사건의 용의자로 특정된 이 씨가 이 사건마저 자신이 저지른 것이라고 진술한 상황에서 과거 이 사건의 범인으로 결론 내려져 처벌까지 받은 윤 씨가 이처럼 2심 재판에서부터 줄곧 혐의를 부인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 사건의 진실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또는 소위 `소영웅심리`로 하지도 않은 범죄사실에 대해 허세를 부리며 자랑스레 늘어놨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씨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씨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과거 경찰이 부실한 수사로 애꿎은 시민에게 누명을 씌우고 20년 넘는 옥살이를 강제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8차 사건뿐만 아니라 이 씨가 자백한 모든 사건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씨는 2009년 가석방 후 청주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소 후 일정한 직업없이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7일 취재진에게 "언론과 말하고 싶지 않다"며 8차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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