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본시장을 뒤흔든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메자닌'입니다.
통상 채권과 주식의 중간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지칭하는 말인데,
코스닥벤처펀드 출범 이후 발행이 급증하면서 처치 곤란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방서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탈리아어로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만들어진 개방된 공간을 지칭하는 용어인 메자닌.
자본시장에서는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CB와 BW를 일컫는 말로, 일정한 조건에 따라 해당 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의미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채권을 사둔 뒤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거둘 수 있고,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만기 때까지 채권을 보유해 소정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제법 효율적인 투자 수단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을 통한 유동화가 어렵고, 최근 주가가 올라도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발단은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코스닥벤처펀드 정책.
펀드 자산의 15% 이상을 CB·BW 등을 포함한 벤처기업의 신규 발행주식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했는데, 이런 규정이 CB·BW 발행을 자극한 겁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코스닥 상장사의 CB 발행 공시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2조8,891억원으로, 2017년 하반기(1조6,036억원)보다 80.2% 늘었습니다.
BW 발행 공시 금액도 지난해 상반기 2,545억원으로 역시 2017년 하반기(680억원)보다 274.3% 급증했습니다.
이렇게 코스닥 기업들의 CB·BW 발행이 늘면서 코스닥벤처펀드가 아닌 다른 펀드들도 수익률을 높이고자 메자닌 투자를 늘렸지만,
지난 7월부터 증시가 출렁이면서 코스닥 기업 주가가 급락하자 CB나 BW를 주식으로 바꿔 투자 이익을 현실화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고 주가가 오른 기업들이 덕을 본 건 아닙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파생상품 거래손실 발생 공시를 한 기업은 총 44개사.
지난해 통틀어 29개사, 2017년 1개사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대부분 코스닥 상장사로 메자닌 채권 평가에 따른 손실로 드러났습니다.
즉, 발행한 CB와 BW가 회계기준상 파생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회사의 잠재적 손실이 재무제표상에 당기순손실로 잡히는데,
실제 현금유출이 없는 손실이라서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체력이 약한 일부 기업은 회계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벤처펀드 급증과 메자닌 투자 활성화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중소기업들이 CB·BW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이례적인 파생상품 손실을 초래하는 사례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비록 실제 기업영업 활동에 필수적인 파생상품 거래로 인해 발생한 평가 손익은 아니지만, 해당 기업의 주가 등락에 따라 발생하는 부채 규모의 변동인 만큼, 재무제표의 건전성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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