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시민단체 대표가 `쇠망치 테러`를 당한 데 이어 이번엔 길에서 정치적 요구 내용을 담은 전단을 돌리던 시민이 흉기에 찔려 중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의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위대를 향한 잔혹한 공격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40분께 타이포 시장역 인근의 `레넌 벽` 앞에서 전단을 돌리던 19세 남성이 21살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과 복부에 상처를 입었다.
범인은 갑자기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피해자에게 달려들어 한 차례 공격을 가했고 이어 다친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도망가자 그를 다시 쫓아가 재차 흉기를 휘둘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홍콩 인터넷에서 퍼진 현장 동영상을 보면 가해 남성은 상대방을 공격하고 난 직후 "홍콩은 중국의 한 부분이다. 홍콩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외치고 택시를 타고 현장에서 도망쳤다.
중상을 입은 피해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범인은 이날 밤 정관오 경찰서에 찾아가 자수했다. 아직 이 남성의 신원과 범행 동기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를 이끈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岑子杰) 대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에게 쇠망치 공격을 당해 다치기도 했다.
아직 범인들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홍콩 시위대는 이 사건의 배후에 친중파 인사들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홍콩에서 민주 진영과 친중국 진영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잇 등으로 정치적 의견의 분출하는 장소인 `레넌 벽`에서는 양측 간의 폭력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최근 전철역과 육교, 대학 캠퍼스 등 인파가 많이 오가는 곳마다 `레넌 벽`이 들어섰다.
지난 8월 20일 정관오 지역의 `레넌 벽` 앞에서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관광 가이드 일을 하던 중년 남성이 기자 등 3명을 흉기로 마구 찌른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 밖에도 홍콩에서는 민주 진영 지도부와 야당 정치인, 시위대를 겨냥한 `백색 테러`로 추정되는 공격 사건이 빈발하고 있지만, 범인들이 경찰에 검거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한편, 홍콩 시민들은 이날 밤 센트럴의 에든버러 광장에 모여 `기도 집회`를 열고 세계인이 홍콩의 투쟁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홍콩에서는 지난 6월 이후 20주 연속 민주 진영의 주말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후에는 침사추이에서 행정장관 직선제 등 기존의 `5대 요구` 관철을 주장하는 한편 `복면금지법`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홍콩 경찰은 주최 단체인 민간인권전선에 집회 불허 결정을 통보했지만, 홍콩 시위대는 최근 다른 집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당초 계획대로 예고된 장소로 나가 집회를 강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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