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살해한 '로또 1등' 당첨자, 가족 나눠준 돈만 5억원…"호인이었다"

입력 2019-10-23 21:33  


로또 1등 당첨자가 돈 문제로 다투다 동생을 살해한 사건은 무분별한 씀씀이로 인한 재정 악화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지검은 과거 로또 1등에 당첨된 A(58)씨가 지난 11일 오후 4시 9분께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대출금 상환을 독촉하던 동생(49)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과 관련, A씨를 금명간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평소에도 주변의 어려운 사정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돕는 호인이었던 것 같다"며 "친구들의 요구도 뿌리치지 못하고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준 것으로 보인다. 양형을 정해 조만간 기소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돼 12억원을 수령한 A씨는 당첨의 기쁨을 나누려고 누이와 동생에게 1억5천만원씩을 주고 작은아버지에게도 수천만 원을 선뜻 건넸다. 가족에게 나눠준 돈만 모두 5억원에 달한다.
A씨는 나머지 7억원 중 일부를 투자해 정읍에서 정육식당을 열었다.
이어 A씨의 로또 1등 당첨 소식을 들은 친구들로부터 "돈을 빌려 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고, A씨는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는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 지급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한두 달 이자를 송금하던 이들과 연락이 두절됐고 풍족했던 통장잔고는 바닥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A씨는 다른 친구들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 채 동생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돈을 빌려줬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전셋집에 살던 A씨는 동생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천700만원을 빌렸고 월 25만원의 대출 이자 2∼3개월분을 밀리는 지경에 처했다.
은행의 대출금 상환 독촉이 A씨에 이어 동생에게까지 이어졌고, A씨는 동생한테서 전화로 욕설을 듣게 됐다.
정읍 식당에 있던 A씨는 지난 11일 오후 흉기를 들고 동생이 있는 전주의 한 전통시장으로 차를 몰고 가 다툼 끝에 살인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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