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신경영 선언' 언급한 재판부…"51세 이재용의 선언은 무엇인가"

김민수 기자

입력 2019-10-25 12:45   수정 2019-10-25 14:23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 파격…이례적 3가지 당부해
'프랑크푸르트 선언' 언급…"당시 부친과 같은 만 51세"

"만 51세가 된 삼성 총수 이재용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
`국정농단`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경영활동과 관련된 당부를 했다. 특히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51세에 했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언급하면서 혁신을 주문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오늘(25일) 오전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 말미에 "공판을 마치기 전 몇가지 사항을 덧붙이고자 한다"며 3가지 당부사항을 전했다.

재판부는 먼저 효과적인 기업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과 뇌물 범죄"라며 "삼성 내부에서 기업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범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 사건 범죄는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혁신 주문한 재판부…"재벌 체제는 혁신경제 장애물"
다음으로 재벌 체제의 폐해를 바로 잡고 혁신경제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대기업집단, 재벌총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저지른 범죄"라며 "국가경제발전을 주도한 재벌체제는 이제 과도한 경제력 집중 현상과 일감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아 우리 국가경제가 혁신형 경제모델로 도약하는 데 장애물로 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을 향해서는 "이재용 피고인에게 당부드린다"며 "어떠한 재판 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달라"며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삼성의 경영을 뒤바꾼 이른바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언급하며 "1993년 만 51세 이건희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고자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며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 부회장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냐"고 묻기도 했다.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한 대기업 총수에게 당부사항을 전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 판사 출신 법조계 관계자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번 재판이 가진 사회적·경제적 의미를 알고 사안을 보다 폭넓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11월22일 2차 공판…이르면 올해 안 선고 가능성
오늘(25일) 재판은 첫 공판인만큼 향후 기일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등 35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향후 공판을 두 차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첫 번째 기일은 11월 22일 오후에 열어 유·무죄 판단에 대한 심리를 하고, 12월 6일에 두 번째 기일을 열어 양형 판단에 관한 양측의 주장을 듣기로 했다. 하지만 바로 심리를 종결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양형 심리가 한 번에 끝나 경우, 바로 결심을 열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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