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한국에 재입국해 받은 2차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 인정 여부에 관한 진술을 회피했다.
사건 발생 하루 뒤인 지난 1일 첫 조사 때 강제추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때와는 다소 태도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혐의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강제추행 및 협박 혐의를 받는 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은 전날 9시간가량 걸린 2차 조사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묻는 경찰 수사관의 질문에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그런 주장을 했다면 (내가) 술에 취해 그랬을 수는 있다"며 혐의를 인정하는 것도, 부인하는 것도 아닌 모호한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르지 소장은 첫 조사 때 뒷좌석에 앉은 다른 몽골인이 승무원을 성추행했는데 자신이 오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외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도르지 소장이 몽골로 돌아갔을 때 현지에서 헌재소장 직위를 잃을 가능성 때문에 혐의를 깔끔하게 인정하지 않고 모호한 진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도르지 소장과 함께 비행기를 탔다가 또 다른 여성 승무원의 어깨를 감싸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몽골인 A(42)씨에 대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등 강제 신병확보에 나섰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1일 도르지 소장과 함께 사법경찰 권한이 있는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에 넘겨졌으나, 외교 여권을 제시하며 면책특권이 있다고 주장한 뒤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고 석방돼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경찰은 A씨의 체포영장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으며 주한몽골대사관 측과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도르지 소장을 다시 불러 조사하지 않고 이번 주 안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도르지 소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8시 5분께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비행기 내에서 여성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통역을 담당한 몽골 국적의 또 다른 승무원에게도 "몽골에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폭언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는 마무리됐다"며 "도르지 소장의 출국 정지 상태를 언제 해제할지는 사건 송치 시점에 검찰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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