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사들이더니…부메랑된 해외 부동산

방서후 기자

입력 2019-11-08 10:50   수정 2019-11-08 17:18

    <앵커>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사들 역시 브로커리지 수익보다는 대체투자가 새로운 수익원이 됐습니다.

    특히 초대형IB 시대를 맞아 수익성이 높다고 알려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었는데요.

    글로벌 부동산 큰 손으로 자리잡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현 주소, 증권부 방서후 기자와 짚어봅니다.

    방 기자, 먼저 우리 증권사들이 도대체 얼마나 활약하고 있길래 큰 손 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건가요?

    <기자>

    사실상 해외 부동산을 가장 많이 사들인 국가가 한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상반기 기준으로 우리 금융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액은 2년 전보다 두 배 상승한 68억 달러, 우리 돈으로 8조981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아시아 권역 내에서 두 번째로 해외 투자활동이 활발했던 싱가포르의 57억달러(6조7881억원)보다도 20%가량 많은 규모입니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은 유럽 부동산을 많이 사들였는데요. 유럽 상업용 부동산의 약 70%는 우리 금융기관 소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보통 우리가 부동산 투자를 한다고 하면 싼 가격에 사서 비싸게 되파는 매매차익, 그리고 세를 놓아 임대료를 받는 임대수익으로 돈을 벌잖아요?

    증권사들도 그런 식으로 수익을 내는 건가요?

    <기자>

    여기서 이제 기관별로 차이가 생깁니다.

    해외 부동산이라는 게 사실 한 두 푼 하는 게 아닙니다. 몇 천억원, 많게는 조단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웬만큼 자본이 많은 기관이 아니고서야 손을 대기 힘들거든요.

    우선 올들어 시장의 이목이 가장 많이 쏠렸던 파리 '마중가 타워' 사례로 설명을 드리면요.

    전체 인수 가격이 1조830억원입니다. 이 부동산을 미래에셋대우가 자기자본 4,500억원을 들이고, 나머지는 현지 대출 등으로 충당해서 매입했습니다. 우리도 부동산을 매입할 때 담보 대출을 받으니까요.

    그런데 미래에셋대우가 이 4,500억원 어치의 지분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연기금이나 공제회에 팝니다.

    즉, 말씀하신 대로 매매차익이나 임대수익을 얻는 쪽은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되겠고요.

    증권사들은 먼저 물건을 선점했다가 연기금이나 공제회에 되팔아서 수수료 수익을 챙긴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부동산을 되파는 것, 셀다운이라고 하죠.

    이 셀다운이 잘 되면 좋겠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아까 사례로 들었던 마중가 타워만 해도 미래에셋대우 지분 4,500억원 중 일부 미매각 상태입니다.

    올해는 특히 유럽 중에서도 파리 부동산 투자가 많아서 그만큼 미매각 물량도 많은데요.

    하나금융투자도 CBX타워 지분 일부를 셀다운 하지 못했고요. NH투자증권이 매입한 에크호빌딩도 70~80% 가랑의 지분을 아직 재매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팔아 넘기지 못한 물량이 파리에서만 6천억원, 해외 전체에서는 1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미매각이 장기화하면 증권사들의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단기자금으로 매입한 해외 부동산을 길게는 5~7년에 달하는 펀드 만기까지 보유할 위기에 처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가격 하락에 따른 투자 손실은 물론이고, 이는 곧 증권사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앵커>

    그렇게 떠안은 부동산 때문에 외려 좋은 투자처를 놓친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수수료만 노린 나머지 과도하게 물건을 확보하는 바람에 미매각 물량이 쌓이면서 당장 다른 부동산에 추가로 투자할 자금이 딸리는 거죠.

    그래서 더 좋은 물건이 나와도 투자하지 못하거나 아예 셀다운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 EDF 타워입니다. 프랑스 전력회사가 입주해 있어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한 A급 오피스로 분류된 물건인데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몇 개월간 공들여서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싱가포르 GIC에 밀렸습니다. 국내 기관들의 자금을 모으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NH투자증권과 AIP자산운용이 매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핀란드 헬싱키 OP파이낸셜 본사 역시도, 국내 금융사들이 핀란드 오피스를 최초로 매입하는 건인 만큼 기대를 모았지만 올해 안에 거래가 완료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예 투자를 포기한 사례도 있습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당초 5년 7개월 투자를 목표했다 1년 만에 되팔기로 결정한 영국 생크추어리 빌딩인데요.

    영국 교육청이 앞으로도 15년 간 장기 임차 계약을 맺어 우량한 자산으로 평가받았지만, 셀다운이 여의치 않아 다시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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