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4일 단식 닷새째를 맞으며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에 따르면 그간 청와대 앞 노상에서 가부좌 자세로 버티던 황 대표는 전날 오후부터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이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청와대 사랑채 앞에 설치한 텐트 안에 누운 채 거동을 최소화했다.
이 텐트는 기둥을 세우고 담요와 비닐을 둘러쳐 만든 것이라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오후에 비가 내리자 이 위에 방수용 파란색 천막 천을 추가로 덮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진행된 당 비상의원총회에는 미리 설치한 천막에 들어가 누운 채로 짧게 참석했다. 지지자들에게 인사할 때와 국민의례 때 잠시 앉거나 일어났을 뿐이었다.
단식을 계속하면서 에너지를 보충하지 못한 데다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실외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기력이 가파르게 떨어진 상태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황 대표는 때때로 텐트에서 나와 화장실을 다녀왔다. 성인 남성 2명의 부축을 받아서 힘겹게 발걸음을 떼는 모습이었다.
단식에 들어간 지 5일 만에 건강 이상이 찾아온 상황으로 보인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비상의총에서 "당초 분수대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청와대가) 철저히 방해하고 설치를 막는 바람에 결국은 텐트 하나 없이 풍찬노숙으로 단식 농성을 해오고 있다, 이렇게 노상에서 겨울에 추운 바람 맞서며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박 사무총장은 전문가 말을 인용해 "그렇게 했을 경우 체력이 평균 3배에서 5배 더 소모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표는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의사로부터 `기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맥박과 혈압도 낮게 나온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한국당은 오후부터 인근에 구급차 등 의료진을 대기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오전 페이스북에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라며 "그래서 고통마저도 소중하다. 추위도 허기짐도 여러분께서 모두 덮어준다"는 글을 올려 단식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황 대표는 또 "두렵지 않다. 반드시 승리하겠다.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적었다.
황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도 농성장을 찾은 인사들과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다.
낮 12시21분께 이낙연 국무총리가 찾아왔을 때 황 대표는 일어나 앉지 못하고 한쪽 팔을 바닥에 대고 몸을 반쯤 일으킨 채 대화를 했다.
또 오후에 정홍원 전 국무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도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황 대표는 저녁에는 농성장 인근에서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가 주최한 예배에 부인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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