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박사' 조성진 물러난다…LG전자 새 사령탑에 권봉석 사장

이지효 기자

입력 2019-11-28 17:48  



`세탁기 박사`로 불렸던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1976년 공고 출신 스무살 청년으로 LG전자(당시 금성사)에 입사해 최고경영자 자리에까지 오른 지 43년 만이다.

이 자리는 MC·HE사업본부장을 맡아왔던 권봉석 사장이 맡는다.

LG전자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권봉석 사장을 CEO로 선임해 변화 대처 속도를 높이고, 사업 본부장도 새 인물을 발탁하면서 혁신에 나섰다.

권봉석 신임 사장은 기술과 마케팅을 겸비하고 현장 감각까지 갖춘 전략가로 통한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전략, 상품기획, 연구개발, 영업, 생산 등 사업 전반을 경험했다.

권사장은 미국에서 자회사 제니스의 디지털 TV 원천기술을 비롯해 PC와 IT 관련 기술 등을 섭렵했다.

2001년 모니터 사업부에서 시장과 제품에 대한 기획역량을 키웠고, 2005년부터 유럽 디스플레이 사업의 전진기지였던 웨일즈생산법인장을 2년간 지냈다.

2007년 부장 직급으로는 이례적으로 신설 부서인 모니터사업부의 수장을 맡기도 했다.

당시 세계 최소 두께의 LCD 모니터 등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면서 LCD 모니터를 세계 1위에 올렸다.

2014년에는 (주)LG 시너지 팀장을 맡으며 LG그룹 계열사 간 융복합 시너지를 내는 일에 집중했다.

2015년부터는 HE사업본부를 맡아 올레드 TV와 슈퍼 울트라H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TV사 업의 체질과 수익 구조를 한층 강화했다.

권봉석 사장은 어려운 사업을 맡을 때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성과를 보여줬다.

HE사업본부장에 부임한 첫 해인 2015년 상반기에는 본부가 영업적자를 냈다.

2011년 23조 9,030억원이던 매출은 2015년 17조 4,000억원대로 급감하자, 그는 HE사업본부의 체질 전환을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내세웠다.

이익이 나지 않는 제품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불 필요한 제품은 개발을 중단한 것이다.

일례로 화면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중심부를 움푹 들어가게 한 `커브드 TV`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2013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동시에 커브드 TV를 출시했지만 권 사장이 사업본부장을 맡은 뒤 커브드 TV 판매를 멈췄다.

대신 올레드 TV에 집중하면서, LG전자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 올레드 TV는 프리미엄 TV로 자리매김 했다.

올해부터 MC 사업본부장과 HE 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권봉석 사장은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생산시설과 인력을 재배치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권봉석 사장은 강한 실행력으로 구성원이 목표 지향적으로 움직이도록 지휘하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MC사업본부를 맡은 후 첫 신년사에서 "MC사업본부의 턴어라운드는 ‘우리’가 아닌 ‘내 이름을 걸고 내가 한다’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해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한편 LG전자는 조 부회장이 CEO를 맡은 이후 실적이 꾸준한 상승세다.

조 부회장이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면서 사업본부장 등 최고 경영진이 연쇄 이동하는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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