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남 이야기"…생존 걱정 앞서는 사장님들

입력 2019-12-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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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에서 5년 째 제조업체를 꾸려가고 있는 최항석 대표는 최근 들어 나 홀로 야근이 부쩍 늘었다.

회사 규모가 작아서 아직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 전이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워라밸 문화가 도입된 상황으로 6시면 직원 대부분이 퇴근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주변 친구들이 대기업에 다니는 경우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 직원들도 그런 부분에 동요가 되어서 야근은 말도 못 꺼낸다. 최근에도 급한 일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을 붙잡지 못해 스스로 밤에 야근할 일도 생겼다"고 말했다.

주문이 몰리는 기간일지라도 쉽게 야근 이야기를 꺼낼 수 조차 없는 실정이다.

직원들이 원해도, 설령 직원들과 협의를 했어도 정부 허가 없이는 초과 근무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구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송정곤 대표는 "직원들과 합의를 하나 안하나 근로감독관이 봤을 때 이것은 불법인 것이다.근로자가 요구해서 잔업을 했던 야근을 했던 똑같이 불법인 것"라며 획일적인 법적 잣대를 꼬집었다.

납기를 맞춰야 하고 일감이 일정치 않은 제조업 대표에게 워라밸은 사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인력 부족에 사람을 대신할 고가 장비를 마련하기 힘든 영세 업체들의 최종 선택지는 사업 포기 또는 해외 이전 뿐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과 추세라면 제조업 상당수는 `탈한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워라밸은 먼나라 이야기다. 주 52시간 때문에 기업들은 한국에서 도저히 사업 못하겠다. 딴 나라로 가버리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직원들을 대신해서 잔무를 처리하는 것은 그나마 행복한 경우로 자영업을 포함해서 적지않은 사업장은 직원없이 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른바 고용원 없는 사업장이 매년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53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7.0% 감소했다.

이에 반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12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9만7000명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IMF 사태 이후인 2000년 8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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