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6시간 동안 심장이 멈춘 여성을 스페인 의료진이 살려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사회생한 주인공은 바르셀로나에 거주하는 영국 여성 오드리 매쉬(34).
영어 교사로 일하는 매쉬는 지난 달 3일 남편 로한 슈먼과 함께 `스페인의 알프스`라 불리는 피레네 산맥의 누리아로 하이킹을 떠났다.
기온이 급강하하고, 눈이 내리기 시작한 정오 무렵 슈먼은 아내의 말이 조리에 맞지 않고, 어눌해졌음을 깨달았다. 급기야 잠시 후 매쉬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의식을 잃자 슈먼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는 헬리콥터를 동원해 구조 작전에 나섰으나, 악천후로 신고 후 3시간가량이 지난 오후 3시 반께에야 비로소 매쉬 부부에게 도달할 수 있었다.
구조대의 일원인 페레 세랄은 "(도착 당시)매쉬는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됐고, 아무런 생체 징후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매쉬는 당시 심각한 저체온증 증상을 보이고 있었고, 그의 체온은 정상 체온의 절반에 불과한 약 18도까지 떨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매쉬는 헬리콥터에 태워져 바르셀로나 시내에 있는 발데브론 병원으로 이송됐고, 의료진은 매쉬에게 심장과 폐 기능을 대체하는 장치인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를 부착했다.
이 병원의 의사인 에두아르도 아르구도는 "의료진이 심정지의 원인을 치료하는 동안 매쉬의 뇌가 산소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에크모 치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에크모를 부착한 지 수 시간이 지난 저녁 9시45분께 매쉬의 체온이 30도까지 상승하자 의사들은 제세동기를 이용해 매쉬를 상대로 심폐 소생에 나섰고, 생과 사의 기로에 섰던 매쉬는 심정지 약 6시간 만에 극적으로 회생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아르구도는 매쉬가 소생할 수 있었던 것은 저체온증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쉬가 저체온증으로 죽을 뻔하긴 했으나, 역설적으로 저체온증 덕분에 특히 뇌를 비롯한 신체 손상이 악화하지 않았다"며 "만약 정상 체온에서 이렇게 오래 심정지 상태에 있었다면 의료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사망 선고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쉬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랫동안 심정지 상태에 놓였다가 살아난 환자로 기록됐지만, 알프스 산악 지대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일대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고 아르구도는 덧붙였다.
극적으로 살아난 매쉬는 중환자실에서 엿새에 걸쳐 머물며 신경 손상 징후 등에 대해 집중적인 치료·관찰에 처해진 뒤 일반 병실로 이송됐다.
일반 병실에서 다시 엿새를 보낸 끝에 퇴원한 매쉬는 가디언에 "의사들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회복했다"며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는 중"이라고 근황을 밝혔다.
그는 이어 하이킹을 결코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마 내년 봄이나 여름에 다시 산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생사를 넘나든 이번 일 때문에 산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