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택시에 탄 여성이 "기사가 수상해 보인다"라는 문자 이후 연락이 끊겨 범죄 피해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어이없는 거짓말로 빚어진 소동으로 드러났다.
카렌 에스핀돌라(27)라는 여성의 사진이 멕시코 언론을 도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일(현지시간) 새벽 무렵이었다.
에스핀돌라는 3일 저녁 8시 20분께 멕시코시티의 한 지하철역 근처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고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30분쯤 지난 후 그는 다시 "엄마, 이 아저씨 좀 수상하고 징그러워 보여"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어머니는 어서 내려서 다른 택시를 타고 실시간으로 위치를 보내라고 답장을 보냈지만, 이후 연락은 끊겼다.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남동생 다니엘은 소셜미디어에 에스핀돌라 실종을 알리며, 누나의 문자와 사진, 인상착의를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카렌을 찾습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늘어났다. 멕시코 언론들도 걱정스러운 문자를 마지막으로 끊긴 에스핀돌라의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며 에스피놀라 찾기에 동참했다.
당국도 곧장 수사에 나섰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시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모든 조치를 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튿날인 4일 오전 11시께 그의 남동생은 에스핀돌라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누나가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라면서 걱정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많은 이들이 에스핀돌라의 무사 귀환에 안도하고 있을 때 `반전`이 나타났다.
에스핀돌라가 어머니에게 택시에 탔다고 문자를 보낸 그 시간 택시 안이 아닌 한 술집에 있던 CCTV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영상 속에서 에스핀돌라는 다른 일행과 함께 3일 오후 4시부터 4일 새벽 2시까지 술집에 머물렀다.
택시를 탄 적도, 수상한 택시 기사에게 납치를 당한 적도 없었던 것이다.
`카렌을 찾습니다`라는 해시태그는 곧바로 `거짓말쟁이 카렌`으로 바뀌었고, 멕시코 언론들도 어이없는 허위 실종 소동에 혀를 내둘렀다.
일간 밀레니오는 "카렌이 인터넷과 멕시코를 달궜다…한 술집에서"라는 제목을 올렸고 엘우니베르살은 "카렌이 멕시코시티를 긴장하게 만든 후 파티하러 갔다"고 썼다.
에스핀돌라는 5일 저녁 현지 방송에 직접 출연해 사과를 전했다.
그는 "술을 마시기 시작한 후 좀 더 (술자리에) 머물기 위해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며 "문자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전화까지 끄고 친구 집에 가서 밤새 술을 마셨다는 그는 다음날 오전에야 자신 때문에 큰 소동이 벌어진 것을 알고 당황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멕시코 전역을 들썩이게 했던 에스핀돌라의 실종은 철없는 거짓말로 결론이 났지만 이번 사건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멕시코는 여성 대상 범죄가 빈번하고 실제 택시 납치사건 등도 여러차례 발생했기 때문에 에스핀돌라의 문자가 거짓일 것이라고 의심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현지 여론조사에서 여성의 75%가 거리를 걸을 때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엘우니베르살은 "이 사건이 우리에게 네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며 멕시코의 빈번한 여성 살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게 하고, 소셜미디어가 실종 사건 등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실감케 했다고 평가했다.
또 택시 납치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등이 공유됐으며, 이전에 비슷한 방식으로 납치되거나 살해된 여성들이 다시 한번 조명된 것도 에스핀돌라 자작극이 낳은 결과라고 우니베르살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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