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경영에서 손을 뗀 구글이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혁신을 시도하는 일에서 멀어질 것 같다는 관측이 나왔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구글의 경영진 교체는 알파벳의 실험으로부터 퇴각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구글 최고경영자(CEO)였던 순다르 피차이가 알파벳 CEO를 겸하게 되면서 회사 초점이 혁신적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이른바 `문샷`(moonshot)이나 다른 잠재력 있는 신규 사업을 떠나 광고 수익 부문, 즉 구글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구글이 2015년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설립하면서 구글을 그 산하의 여러 자회사 중 하나로 만들었을 때 내건 지배구조 전환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는 것"이라고 이들 공동 창업자는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구글은 자율주행차나 웨어러블 컴퓨터, 수명 연장이나 노화 방지 등 사업에 활발히 뛰어들었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구글을 제외한 다른 사업 부문의 성과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검색엔진을 포함해 유튜브와 크롬 웹 브라우저, 하드웨어 등등을 합친 구글은 여전히 알파벳 전체 매출액(작년 기준 1천550억 달러, 약 183조9천억원)의 99%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알파벳의 나머지 자회사들은 1억5천500만 달러(약 1천839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면서 그보다 훨씬 많은 9억4천100만 달러(약 1조1천162억원)의 손실을 냈다.
두 창업자의 경영 퇴진 선언 후 알파벳의 새 CEO가 된 피차이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계속 구글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번 경영 구도 변화가 알파벳의 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그러나 피차이가 알파벳과 구글의 CEO를 겸직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두 기업체가 차별화된다는 주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구글은 지금 클라우드 컴퓨팅과 헬스케어 분야의 급속한 성장세에 올라타려 애쓰고 있다. 이는 구글의 경쟁사들도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WSJ은 구글이 "수익에 집중하는 좀 더 전통적인 기업체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동 창업자들이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새로운 기술 프로젝트에 적극 뛰어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이 구글을 통해 번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활용해 `기술이 지구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다른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같다고 보도했다.
구글을 연구해온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 셰인 그린스틴은 "그들(페이지와 브린)은 우발적인 기업가"라며 "그들의 출신을 봤을 때 이(경영 퇴진)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연구실이 있는 교수가 되려는 열망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어스의 공동 창업자 마이클 존스는 "래리(페이지)는 기업계의 스타인 교수 같은 인물"이라며 "나는 그가 회사를 경영하는 것에 대해 감사나 애정, 욕망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관심사는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페이지와 브린의 경영 퇴진은 또 실리콘밸리 전체적으로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독점적 행태나 개인정보 관리 허술, 가짜 뉴스의 전파 등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스쿨의 경영학 교수 데이비드 휴는 이들 두 창업자가 "옷을 차려 입고 워싱턴DC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구글의 전·현 직원들은 한때 개방적이었던 구글의 일터 문화가 내부 갈등이나 비밀주의 등에 잠식돼가는 동안 이들 공동 창업자가 방관했다고 불평한다고 WSJ은 전했다.
디지털전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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