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국내 투자 늘리는 해외 기업 '우버'
규제 맞선 스타트업은 고사
혁신 내려놓은 기업만 생존하나
`타다` 논란에서 한 발 물러나 시계를 넓히면 또 다른 지점이 보인다. 여객자동차운수법 위반으로 기소돼 지난 2015년 국내에서 퇴출됐다 돌아온 우버의 사례다. 우버는 그때의 앱으로 현재 국내에서 택시 플랫폼 영업을 하고 있다. 혁신 승차공유서비스를 표방했던 우버가 국내에서는 이제 콜택시와 경쟁하는 모양새다.
발목 잡힌 타다 너머…우버는 조용히 투자한다
국내 택시 시장에서 올해 우버가 제공하는 할인은 놀라운 수준이다. 1만원 할인 코드가 이메일로 날아오고, 터치 한 번이면 택시요금이 그만큼 할인된다. 여의도에서 강남 가는 정도의 거리는 공짜로 갈 수 있는 셈이다. 기존 회원을 위한 요금 20% 상시할인 등 정기적인 프로모션도 제공한다. 택시기사도 우버로부터 인센티브를 받는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우버 10콜을 채우면 회사(우버코리아)에서 10만원을 지급받는다"며 "우버로 손님을 태워도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버코리아는 우버택시를 통해서는 현재 수수료 등의 수익 모델 없이 투자를 진행중이라고 했다. 우버는 한국을 쉽게 놓을 수 없는 시장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이같은 프로모션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우버코리아 관계자는 말했다.
타다 등 국내의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규제에 허덕이는 동안, 글로벌 앱은 한국에서 혁신성을 일부 내려놓고 국내 규제 안에 편입해 조용히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혁신성을 일부 내려놓았다는 것은 예전과 달리 출퇴근길의 승차난을 공유경제를 통해 탄력적으로 해결할 길이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정된 택시 체제 안에서 움직이는 장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한국화`된 우버는 더이상의 철퇴없이 순항 중이다. 이같은 우버의 이야기는 우리가 자조해왔던 `헬조선화`의 사례가 아닌가.
우버는 왜 국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택시사업 투자를 지속할까
한국 모빌리티는 혁신보다 자본이 살아남는 `기울어진 운동장`
본래 승차공유서비스인 우버는 국내에서 위법성 논란을 피해 택시 영업으로 방향을 선회했음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투자를 지속하며 예전의 앱과 사용환경을 유지한다. 규제 이전에도, 규제 중에도 같은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규제가 풀린 이후에도 같은 사용환경을 유지할 것이라는 추론 역시 가능하다. 앱을 만드는 기업은 당장의 수익성보다 사용자 확보가 먼저다. 우버의 행보를 두고 미래를 내다본 농성 작전으로 해석 가능한 이유다.
그런데 우버가 미래를 보고 버티며 이용자를 늘려나가는 동안 국내 스타트업은 버틸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한 발이나마 늦게라도 `규제 시차`를 없앴을 때 살아남는 기업은 어디일까.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이 부분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절망적인 환경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혁신 기술보다 자본으로 살아남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부가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모빌리티 산업은 우리 안의 경쟁 뿐 아니라 전세계가 실험 중에 있습니다. 우리는 본격적인 출발도 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제도가 풀렸을 때, 이미 자본을 축적한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의 시장 장악 우려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국토부는 7월 (타다 금지법이 포함된)소위 7.17 대책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여금 문제나 공정경쟁 문제 등이 모두 시행령으로 위임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스타트업 진입을 원천봉쇄하는 새로운 규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업계는 나중에 시행령을 통해 논의될 사항이라도 국토부가 명확한 입장을 법안 통과 이전에 밝혀서 스타트업에 기회를 열어준다는 것을 천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그 부분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 대표의 강변은 한편으로 자조적이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타다 금지법` 논란에 대해 "타다는 혁신 산업을 죽일거냐 살릴거냐라는 이분법적인 논쟁으로 몰고 가지 말고 택시와의 구체적인 상생 대안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뼈있는 지적이다. 그런데 의문이 따라붙는다. 보통 상생안 제시를 담당하는 주체는 정부여야 하지 않나. 정부는 상생안 대신 택시를 살리고 타다를 죽이기로 결정했다는 말인가.
또다른 질문이 뒤따른다. 지금 죽어가는 것은 택시기사인가, 소비자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술을 준비하는 혁신가인가. 논란 뒤편에서 살아남는 것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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