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호 "송병기 수첩에 나와 文대통령 관계 많더라"

입력 2019-12-19 23:34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울산시장과의 당내 경선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공기업 사장 등 고위직을 제안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19일 "(저의 출마를 포기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을 검찰 조사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송 부시장 수첩에 `청와대 측이 송 시장 당선을 위해 경선 경쟁자인 임 전 최고위원에게 출마를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을 임 전 최고위원이 증거물을 통해 직접 확인한 것이다.
임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9시 30분께까지 약 7시간 30분 동안 울산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달 10일에 이어 두 번째 검찰 조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가 필요한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조사를 위해 이날 울산으로 내려왔다. 해당 경찰관이 병가 중이어서 검찰이 원정 조사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울산으로 내려오기에 앞서 18일 오후 임 전 최고위원에게도 2차 소환을 통보했다.
그는 울산지검을 나서면서 만난 취재진에게 "오늘 조사에서 처음으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을 봤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저와의 관계를 많이 기록해 놨더라"면서 "수첩에 기록만 됐지 내가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그것이 맞다 그르다 얘기할 수는 없다. 그 바쁜 대통령에게 여쭤보겠나 어쩌겠나. 그저 당시 선거 전략용으로 썼던 것 아닌가 추측한다"고 밝혔다.
수첩에 적힌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에게 임 전 최고위원은 "`임동호가 좀 밉다` 이런 것이다. 제가 미운 짓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지만, 그럴 리가 있겠나"라면서 해당 메모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청와대가 울산시장 경선 포기를 전제로 자리를 제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절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재확인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시절에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자리를 맡아서 역량 발휘도 하고 정치 경력도 쌓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있었고, 그때 친구인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한병도 정무수석에게 오사카 총영사직 얘기를 했던 것"이라면서 "경선 불출마 조건으로 얘기한 것은 절대로 없고, (그런 얘기를 할 정도로)임 비서실장이나 한 정무수석이 정치적 모리배가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이 될 때부터 총영사 얘기는 있었고 2017년 7월쯤 임 실장, 한 수석,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과 사적으로 만날 때 그런 얘기가 오갔다"면서 "이후 `총영사보다는 공공기관이 낫지 않느냐`는 말도 있었는데 저는 심각하게 듣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후 한 수석에게 `울산이 어려운데 민주당 책임자로서 자리에 가는 모양새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출마하겠다`는 결심을 얘기했고, 한 수석도 잘 생각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임 전 최고위원은 당내 경선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고위직을 제안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친분이 있던 임 전 비서실장 등과 고위직을 놓고 논의를 했던 사실은 인정하고 있어 의혹에 따른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조사를 위해 울산지검으로 들어가면서도 취재진에게 "청와대 관계자나 국회의원 중에 친구들이 많았고, 그 친구들이 제가 민주당 소속으로 어려운 지역을 오래 지켜오면서 고생한 것을 알고 `어떤 자리라도 맡아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했던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임 전 최고위원은 "내일(20일) 공식적인 입장문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뒤 귀가했다.
한편 임 전 최고위원의 동생은 지난해부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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