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만에 정상회담을 가진 한일 정상이 양국 관계개선을 위한 `솔직한 대화`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4일(오후) 아베 총리의 숙소인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달 방콕에서 11분간 `즉석환담`을 하긴 했지만, 공식적인 정상회담장에서 한일정상이 마주한 것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정상회담 이후 15개월 만이다.
지난해 뉴욕에서의 한일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의 숙소에서 열린 만큼, 순번에 따라 이번에는 아베 총리의 숙소에서 회담을 열게 된 것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두 정상은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사태 이후 악화일로를 걷는 한일관계를 의식한 듯 이따금 미소를 보이면서도 시종 엄숙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아베 총리가 먼저 회담 장에 도착해 뒷짐을 지고 문 대통령을 기다렸고, 1분 뒤 도착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두 정상은 밝은 표정으로 양국 국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고 이후 본격적인 회담이 시작됐다.
회담에서는 양국 정상 모두 `솔직한 대화`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모두발언을 한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중요한 일한관계를 계속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주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 역시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고 언급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한일은)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했고, 아베 총리는 통역을 통해 이 말을 들으며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로간 덕담이 오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최장수 총리가 되신 것과 레이와 시대의 첫 총리로 원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계시는 것을 축하드린다"며 "`레이와`의 연호 뜻과 같이 아름다운 조화로 일본의 발전과 번영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이 초점을 맞춘 분야가 미묘하게 달랐던 점도 눈에 띄었다.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를 비롯해서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본, 한국, 미국 간의 공조는 매우 중요하다"며 안보협력에 무게를 뒀다.
문 대통령은 "현재 양국 외교 당국과 수출관리 당국 간에 현안 해결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 양국이 머리를 맞대어 지혜로운 해결 방안을 조속히 도출하기를 기대한다"며 수출규제 사태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회담은 애초 예정됐던 시간인 30분보다 15분 더 긴 45분간 진행됐다.
강제징용 문제에서는 입장차를 확인,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점도 절감했다.
한편 회담에서는 일본 측이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도중 취재진을 내보내는 등 외교 결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잠시 불편한 일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다"라는 문 대통령의 말을 통역이 옮기자마자 일본 측 관계자는 양국 취재진에게 나가 달라고 요청했고 이로 인해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통상 정상회담에서 정상의 모두발언이 끝나기 전 취재진을 물리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일본 측이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한일 정상은 정상회담을 포함해 하루에 여섯 차례나 동반일정을 소화하는 등 근래 보기 드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우선 양 정상은 이날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과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며, 이후 공동언론발표와 한일정상회담, `두보초당`(당나라 시인 두보가 거주했던 곳에 조성된 정원)을 함께 방문했다.
한일회담을 제외한 일정에는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동행, 한중일 지도자가 `긴밀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두보초당에서 "한국에서는 두보를 시성이라고 부른다"고 언급했고, 리 총리는 이에 "중국에서도 그렇게 부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한중일 어린이 각 2명씩 6명이 두보 시 구절을 읊는 것을 함께 듣고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어 세 지도자는 두보초당 내 식수에 흙을 뿌리고 물을 줬다.
리 총리는 "나무가 영원하기를 바란다. 이 나무는 3국의 관계를 의미한다"고 말했고, 이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활짝 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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