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삼성전자가 `TV 화질`을 놓고 벌이는 상호 비방전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0`에서는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0`을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전시 참가 계약서에 참가 업체 간 상호 비방을 금지하는 조항을 뒀다.
CTA는 계약서 약관 19조와 21조에서 참가업체는 참가자의 제품만을 전시할 수 있으며 관람객이 보기에 부적절하고 공격적인 콘텐츠의 전시와 시연은 자제하도록 했다.
CTA는 이런 원칙을 위반한 전시업체에는 전시장에서 철수시키거나 시정을 요청할 권한을 갖는다.
이처럼 CTA가 비교전시 등을 통한 특정 업체 비방을 금지함에 따라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촉발된 삼성-LG 간 TV 전쟁이 CES에서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IFA 2019에서는 LG전자가 전시장에 화질을 비교 시연하는 코너를 만들어 삼성 TV를 공격했다.
당시 비교 대상은 올레드TV와 QLED TV가 아니라 나노셀 TV와 QLED TV였다. 삼성 등의 QLED TV는 LCD TV의 일종이기 때문에 LG의 올레드TV와는 비교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었다.
LG전자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의 화질 선명도(CM) 평가에서 LG 나노셀과 올레드TV는 모두 기준치인 50%를 넘는 약 90%에 이르지만, QLED TV는 12%에 그친다며 사실상 삼성전자를 겨냥했다.
아울러 당시 LG전자 박형세 TV사업운영센터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TV는) 픽셀 수로는 8K가 맞지만, 해상도 기준으로는 8K가 아니다"라며 `8K 선전포고`를 한 바 있다.
이후 LG전자는 삼성 QLED TV를 깎아내리는 광고를 내보냈으며 별도 브리핑을 열어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삼성전자도 같은 날 브리핑을 열고 "8K TV의 화질은 CM 값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사 간 8K 화질 논란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서로의 TV 광고를 제소하면서 더욱 과열됐다. LG전자는 9월 말 QLED TV는 자발광이 아니라는 이유로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고, 삼성전자는 약 한 달 만에 LG전자의 TV 광고가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공정위에 맞제소했다.
이에 세계 1, 2위인 국내 TV 업체가 비교 시연을 연출하며 상호 비방에 나서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해외 무대에서 한국 기업끼리 다투며 점유율 경쟁을 벌여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고, 상대방의 제품과 기술력을 헐뜯는 공격에 중국과 일본 업체만 반사이익을 누릴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월 전자산업 6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내 업계가 과도한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당시 성 장관은 "같은 업종 내 대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다"며 "내부 갈등이 경쟁자들의 어부지리가 되지 않도록 성숙한 경쟁 문화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CES 2020에 직접 참관할 예정으로 업계에서는 이번 전시회에서 삼성과 LG가 상호 비방전을 자제하고 성숙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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