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 상정과 함께 표결 처리를 눈앞에 두게 됐다.
자유한국당이 이 법안을 두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한 만큼 이번 임시국회가 종료되고서 다음 임시국회가 열리면 곧바로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설치 논의는 15대 국회인 1996년 처음 시작됐다. 그런 만큼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약 25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정부 신뢰 훼손"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자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전담으로 수사하는 기관이다.
실제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공수처 설치법안(이하 수정안)의 제안 이유에서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공공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약화하는 중요한 원인"이라며 "고위 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독립된 위치에서 엄정 수사해야 한다"고 썼다.
이어 "실제 이런 취지와 기조로 설치된 홍콩의 `염정공서`,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은 공직자 비위 근절과 함께 국가적 반부패 풍토 조성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상정된 수정안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백혜련안(案)`(이하 원안)과 거의 비슷하다.
우선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장과 차장 1명씩을 포함해 25명 이내로 한다.
공수처장은 판사·검사·변호사 등 경력 15년 이상의 인물 중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한 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3년 단임이며 정년은 65세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는 6명(원안은 `5분의 4`로 사실상 동일)으로 정했다. 추천위원 2명이 야당 추천 인사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거부권`을 보장한 셈이다.
공수처 차장은 판사·검사·변호사 등 경력 10년 이상의 인물 중 공수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3년 단임에 정년 63세로 한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 공무원,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다.
이중 경찰·검사·판사에 대해선 직접 기소하고 공소 유지도 한다.
수사 대상 범죄는 뇌물, 배임, 범죄은닉, 위증, 친족간 특례, 무고와 고위공직자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해당 고위공직자의 범죄 등으로 규정했다.
◆ 공수처 검사 요건 완화…`공직자 범죄 인지시 공수처에 통보` 추가
원안에서 달라진 사항들도 있다.
우선 수사처 검사의 자격 요건이 완화됐다.
원안에는 변호사 자격이 있고 `10년 이상의 재판·수사·조사업무의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고 돼 있었다.
수정안에서는 자격을 `재판·수사 또는 수사처규칙으로 정하는 조사업무의 실무경력 5년 이상의 경력`으로 낮췄다.
수사처 검사의 임명도 당초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에서 `처장의 제청`을 삭제했다.
다만 검사 출신이 수사처 검사 정원의 절반을 넘을 수 없도록 한 규정, 임기를 3년에 3회 연임으로 규정한 점 등은 원안과 같다.
인사위원회의 구성도 조정했다.
공수처장과 차장,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국회 추천 3명 등 7명으로 인사위를 구성한다는 원안에서 국회 몫을 여야 각각 2명씩 4명으로 늘리고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을 빼는 대신 공수처장이 추천하는 1명을 추가해 인원(7명)을 맞췄다. 이는 행정부·사법부로부터의 독립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4+1` 협의체 측은 설명했다.
공수처 수사관의 경우는 `7급 이상의 수사 관련 공무원 또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하기로 했다. 원안에서는 `5년 이상의 변호사 실무경력이나 5년 이상의 수사·재판 업무` 경력을 요구했다. 수사관 인원은 원안의 30명에서 10명 늘린 40명으로 하기로 했다.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24조도 원안과 달라졌다.
수정안에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2항)는 규정과 `제2항에 따라 고위 공직자 범죄 등 사실을 통보받은 공수처장은 통보를 한 다른 수사기관장에게 수사처 규칙으로 정한 기간과 방법으로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4항)는 규정을 추가한 것이다.
이를 놓고 검찰과 한국당 등 일부 야당은 이 조항이 권력 핵심층에 대한 검찰·경찰의 수사를 공수처가 빼앗아가 `덮을` 가능성을 열어주는 `독소조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수사처 검사의 징계 사유 항목에도 변동이 있다.
원안에는 재직 중 ▲ 국회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이 되는 일 ▲ 정치운동에 관여하는 일 ▲ 금전상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일 ▲ 처장의 허가 없이 보수를 받는 직무에 종사하는 일을 징계사유로 적시했다.
하지만 수정안에서는 `국회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이 되는 일`이 제외됐다.
공수처의 조직 운영의 세부사항을 정하는 것과 관련해선, 원안의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을 `수사처 규칙으로 정한다`고 바꿨다.
이와 함께 3조3항에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해 업무 보고, 자료 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의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법문을 새로 추가했다. 이는 청와대로부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협의체 측은 설명했다.
애초 수정안 논의 단계에서는 공수처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심의위원회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결과적으로는 제외됐다.
통과된 법안은 공표 6개월이 경과한 뒤 시행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내 공수처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7월께 설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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