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업무 거부 지시 예고로 파행 일보 직전까지 갔던 서울 지하철 1∼8호선이 21일 정상 운행된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이날 "사측의 운전시간 원상회복 조치를 수용하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오늘 첫차부터 예고한 열차 운전업무 지시 거부를 유보하고, 오전 4시 10분부터 현장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앞서 사측은 전날 오후 "운전시간 조정을 잠정적으로 철회하겠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최정균 서울교통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4.7시간으로 12분 (연장) 조정했던 운전시간 변경을 고심 끝에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사는 지난해 11월 승무원의 운전시간을 기존 4시간30분(4.5시간)에서 4시간42분(4.7시간)으로 늘렸고, 노동조합은 이를 종전 상태로 돌리지 않을 경우 21일 첫차부터 사실상 파업과 효과가 같은 승무(운전) 업무 지시 거부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노조와 줄다리기를 이어오던 사측은 결국 노조의 업무 거부를 하루 앞두고 근무시간 원상회복 방침을 밝혔다. "설을 앞두고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하고, 직원들의 피해 역시 간과할 수 없었다"는 게 공사의 설명이었다.
사측이 사실상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었지만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근무시간 연장 철회 결정을 발표해 구체적인 배경과 내용 확인이 필요하다`며 12시간 넘게 업무 거부 철회를 유보해왔다.
21일 오전 3시까지 이어진 노사 실무교섭에서도 `공사 약속이 문서로 확인돼야 한다`는 노조 입장과 `이미 담화문으로 발표한 내용이라 문서로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공사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조는 업무 거부 방침을 일단 철회하되, 21일 오전 사측과 다시 만나 추가로 논의하기로 하기로 했다.
노조는 입장문에서 "공사의 승무원 운전시간 원상회복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어제 노조와 소통 없이 일방적,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은 여전히 노조를 동등한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는, 고압적 태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며 이는 노사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신속한 발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담화문을 먼저 발표한 것이며, 노조에서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노사가 막판에 합의에 이르면서 지하철 대란은 피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공사는 운전시간 변경이 과도한 휴일 근무와 추가 수당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사에 따르면 2018년 초과근무수당 129억원 중 95%가 넘는 125억원이 승무 분야에 지급됐다.
반면 노조는 운전시간이 명목상으로는 12분 연장된다고 하지만 열차 운행 도중 교대가 어려운 승무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근무 시간은 30분에서 2시간까지 늘어나 직원들의 부담이 커진다고 항변한다. 원상회복 이후 논의를 진행하더라도 근무시간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양측은 일단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정균 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이번 일로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앞으로 모범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시민 안전과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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