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일방적 규제조치에 대응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움직임이 거세다. 정부의 적극적 육성정책과 자금지원 목적의 펀드 조성 등은 곧 투자자들에게 투자기회가 되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주식시장에서 감지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연초 이후 가장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종목들 가운데 이들 소부장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
휴대폰부품업체 라온피플이 40.7% 급등한 것을 비롯, 에이디테크놀로지(36.1%), 와이아이케이(33.9%%), ISC(32%), 솔브레인(28.4%) 등 반도체 장비업체 주가도 크게 뛰었다. (1월17일 종가 기준)
이들 종목들의 주가 급등은 여러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먼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올해 소재·부품·장비 대책 예산으로 2조1000억원을 편성했고, 소부장 100대 핵심품목의 국산화를 위해 1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실적개선도 기대된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로 돌아섰고, 디스플레이는 가시적인 업황 회복 기대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디스플레이 생산에 2025년까지 13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수주소식을 예고했다.
수급 유입도 주가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작년부터 소부장 기업 투자를 대거 늘리고 있는 국민연금의 최근 공시에 따르면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유진테크, 메모리반도체 장비사 테스 등의 지분도 신규로 5% 이상 취득했다. 이 외 디스플레이 소·부·장 종목 지분도 대거 늘렸다.
소부장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 출시도 늘고 있다.
1호 소부장펀드는 잘 알려진대로 문 대통령이 가입해 화제를 몰고온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다. 이 펀드는 지난 8월 14일 설정된 이후 지금까지 24%의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비교지수인 코스피 대비 5%포인트 가량 높은 성과를 낸 것이다. 이 펀드의 현재 운용순자산 규모는 1082억원에 달한다. 편입 종목은 삼성전자 22.59%를 담고 있고, SK하이닉스, SK머티리얼즈, 에스앤에스텍 등 3~4%씩, NAVER와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원익 QnC 등도 담고 있다(12월 19일 기준).
최근에는 금융투자업계의 자발적인(?) 협조로 2호 펀드가 나왔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총 3개 운용사가 지난 15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소부장펀드는 구조가 독특하다. 한국성장금융이 선정한 6곳의 헤지펀드운용사가 운용하는 8개의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형태다. 이들 펀드들은 또 소부장 기업 주식과 메자닌 등에 약정총액의 50% 이상, 중소·중견기업에 약정총액의 30%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며, 총 1천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한국성장금융과 이들 운용사들이 펀드에 중,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해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32.4%까지는 이들이 부담한다. 다시말해, 펀드가 30% 정도 손실이 나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이 나지 않는 구조다. 그렇다고 개인투자자들이 무조건 유리하지만은 않다. 펀드는 4년 폐쇄형으로 운용되는데, 다시말해 이달 말까지 가입하고 나면 2024년까지 환매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소부장에 대한 기대감은 결국 해당 기업들의 실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분석해봤다.
KH바텍의 2019년 영업이익이 57억원으로 추정되는데 2020년 전망치는 462억원으로 무려 705.3%나 급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테스도 98억원에서 361억원으로 269.3% 늘어날 전망이다. 이 외 원익IPS 222.8%, 원익QnC 125%, AP시스템 114.4% 등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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