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수색' 엄홍길 결국 귀국…"할 수 있는 것 다 했다"

입력 2020-01-23 22:51   수정 2020-01-24 00:14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눈사태를 만나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에 대한 사고 현장 수색이 실종 7일째인 23일(현지시간) 사실상 잠정 중단됐다.
KT 드론수색팀을 이끌던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고, 네팔 군·민간수색대 등도 모두 현장에서 일시 철수하기로 했다.
외교부 신속대응팀은 이날 오후 3시10분 "군 수색대, 수색견 동원 수색팀, 민간 수색팀 모두 포카라로 철수했다"며 "주민수색팀도 마을로 철수했다"고 밝혔다가 1시간 뒤 이 가운데 군 수색 구조인력 9명은 사고현장 인근 산장에서 대기 중이라고 수정했다.
하지만 이들 군 인력도 철수를 결정했으나 현지 기상이 악화돼 산장에 머무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T 드론수색팀은 지난 21일부터 사흘 연속 사고 현장 수색에 나섰으며, 이날은 대형 드론과 구조견을 현장에 투입했다.

엄홍길 대장은 "사람, 동물(개), 기계 등 투입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며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엄 대장은 "6m짜리 탐침봉이 다 들어가는 것을 보면 실종자는 평균 10m 깊이 아래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엄 대장은 철수하지만 다른 KT 관계자들은 현지에 남아서 추가 수색 가능성 등을 타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난 21일 현장에 투입된 네팔군 수색구조 특수부대 요원들도 이날 철수하기로 했다.
애초 군 특수부대 요원들은 4박 5일간 인근 산장에 머물며 현장 수색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당겨 철수를 결정했다.
수색의 베이스캠프 노릇을 했던 인근 산장도 일시 폐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 대장에 따르면 현지 주(州) 지사는 "조만간 인력을 보강해 다시 수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엄 대장은 "사고지점의 기상이 너무 좋지 않다"며 "어젯밤에도 3∼5㎝가량 눈이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견은 날씨가 추운 데다 얼음이 털에 달라붙어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며 "실종자가 너무 깊은 곳에 묻혔는지 구조견은 냄새도 맡지 못하는 상황 같았다"고 덧붙였다.
KT 드론 수색팀이 이날 동원한 대형 드론도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로 인해 SD 메모리카드가 오작동을 일으키고 배터리가 일찍 방전되는 등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색에서는 전날과 달리 매몰추정지점의 눈조차 파헤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수색요원들도 눈에 쉽게 젖는 일반 전투복을 입는 바람에 영하 10도의 강추위 속에서 작업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 당국이나 한국 외교당국이 주변 시선을 의식해 군 수색요원을 곧바로 재투입하거나 헬리콥터를 활용한 수색을 벌이더라도 실효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네팔에서 수색을 중단한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해온 것은 없다"면서 "수색이 계속되도록 네팔 당국과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은 지난 17일 오전 안나푸르나 데우랄리 산장에서 하산하던 중 네팔인 가이드 3명(다른 그룹 소속 1명 포함)과 함께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
네팔 민관군은 실종 다음 날인 지난 18일부터 수색 총력전을 펼쳤지만 악천후와 눈사태 등으로 인해 진전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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