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4일 기준) 16명 중 남성이 10명으로 여성의 두 배에 가까워지자 일각에서는 이 바이러스 감염에 성별 차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확진자 나이도 40세 이상이 9명으로 대다수를 차지, 신종코로나에 특히 취약한 계층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참 확산 중인 데다 관련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학계에선 감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는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다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초기 연구에서는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많으며,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되고 있다.
중국 우한 진인탄병원, 상하이 자오퉁대 공동연구진이 21~82세 신종코로나 확진자 99명을 조사해 의학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결과에서는 67명이 남성, 33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환자의 활동에 따라 전염 위험도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요인을 차치하고 `면역력`만 따진다면, 면역 유전자와 관련이 있는 X염색체 수가 남녀가 다른 점과 성호르몬이 감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진의 추정이다.
또 99명 환자의 평균 연령은 55.5세였다. 20·30대가 10명, 40대 22명, 50대 30명, 60대 22명, 70대 이상은 15명으로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혈관계 질환자,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절반 정도인 50명이었다.
또 다른 중국 연구진이 바이러스 감염증 초기 환자 4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에서도 평균 연령이 59세로 나타났으며, 당뇨와 심혈과 질환 만성 질환 등이 있는 사람이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로 `고령자`, `남성` 등을 감염 취약층으로 단언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중국 진인탄병원 연구진은 "우리 연구에는 99명의 환자만 포함됐고 49명은 우한 수산물시장에서 일하거나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며 연구의 한계를 강조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더 포괄적인 지식을 얻으려면, 세계 각국의 도시에 있는 다른 환자들을 포함한 더 큰 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성별·나이 등 요인이 감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한 수산물시장에서 시작했고 우한을 다녀오는 사람이 많이 걸리는 등 `활동`, `비즈니스` 등 요인 때문에 생긴 (조사의) `선택 편향`일 것"이라고 분석하며, "우리나라 확진자는 15명인데 과학적·통계적 의미를 두기에는 수가 적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우한 쪽은 관광보다는 비즈니스 쪽으로 간 사람이 많아서 그런 부분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또 "초기 환자는 시장 주변에 노출된 사람이기에 아이들(15세 미만)이 (시장에) 많이 안가니까 이런 게 반영이 안 된 자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성별과 나이에 따라 다르다는 조사 결과는 이전에도 나온 바 있다. 지금 확산 중인 신종 바이러스의 `사촌` 격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에도 남성 감염자, 고령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18년 한국을 포함한 27개국 2천228명의 메르스 확진자의 평균연령은 52세였고, 67.2%는 남성이었다. 이 조사도 환자 2천여 명의 대부분인 83%가 사우디아라비아 환자라는 한계는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