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0번 환자, 도시락 봉사에 외부인 접촉…무너진 방역망

입력 2020-02-17 13:32   수정 2020-02-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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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29번째로 확진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독거노인 대상 봉사활동 등을 했던 것으로 확인돼 고령·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번 환자(82세 남성, 한국인)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고 국내에서 확진된 코로나19 환자의 접촉자로도 잡히지 않았다가 확진됐다.

방역당국과 지자체에 따르면 29번 환자는 서울시 종로구 관내 복지시설을 통해 독거노인에게 도시락 배달봉사 활동을 해왔다.

거주지 근처 경로당도 즐겨 찾았다. 29번 환자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종로구는 환자가 다녀간 경로당 등에 대해 방역소독을 마쳤다.

29번 환자는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경로당을 방문하면서 저소득층, 고령층 등 감염 취약계층과 접촉이 잦았을 것으로 보인다.

노인은 일반 성인과 비교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데다 경로당 등에서 집단생활을 했을 경우 감염 위험이 더 커진다.

이 환자는 첫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외부 활동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역학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종로구 관계자는 "도시락 배달봉사를 한 건 맞지만 복지시설 휴관으로 인해 중지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달 1일부터 관내 일부 복지시설을 휴관했다.

증상 발현 이전에 접촉했다더라도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 등과 주로 접촉했다는 건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노인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계층"이라며 "지금까지 (전체 코로나19 환자를) 보면 노인은 폐렴에 걸리고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치명률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30번 환자가 확진 전 자가격리 상태에서 외부인과 접촉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부본부장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30번 환자가 자가격리 상태에서 언론사 기자와 어떻게 접촉했나`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상황에 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30번 환자(68세 여성, 한국인)는 전날 확진된 29번 환자(82세 남성, 한국인)의 아내다. 29번 환자가 16일 새벽 확진된 이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격리 상태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고 이날 확진을 판정을 받아 서울대병원에 격리 입원했다.

30번 환자는 확진 전 자가격리 상태서 한 언론사의 기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30번 환자는 29번 환자와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며 함께 생활해 접촉 밀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었다. 김 부본부장은 "29번 환자의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 뒤 가족을 포함해 밀접접촉자에 대한 자가격리가 시행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자가관리자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도 확진자가 가족과 접촉해 감염시킨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15번 환자(43세 남성, 한국인)는 확진 전 자가격리 상태에서 처제 등 가족과 식사를 했다. 처제는 식사 후 나흘 뒤에 20번 환자(42세 여성, 한국인)로 확진됐다.

자가격리 생활수칙에 따르면 격리자는 격리장소 외에 외출은 금지해야 하고, 가족 또는 동거인과 대화 등으로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자가격리자를 만난 상대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또 30번 환자의 확진은 정부 발표 전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부본부장은 "(정부 발표에 앞서 확진자가) 보도되는 경우 자칫 현장에서 혼란이 생기거나 국민 불안도 확대될 수 있다"며 "언론과 협의를 공고히 하고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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