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2.4조원'…외국인 판 것은 한국인가 반도체인가?

신재근 기자

입력 2020-02-27 10:53   수정 2020-02-27 10:48

    <앵커>

    외국인이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연일 매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반도체 장밋빛 전망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하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증권업계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증권부의 신재근 기자와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신 기자,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반도체 대형주가 쉬어가는 모습이죠?

    <기자>

    네, 코로나 장세와 맞물려 반도체 대형주도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6만2,800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현재 5만6천원 대까지 떨어졌습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들어 하락폭이 가팔라졌습니다.

    지난 17일 52주 신고가(10만6천원)를 기록한 뒤 현재는 10만원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이로 인해 시총도 크게 감소했는데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나온 지난달 20일 이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5조원이 줄었고, SK하이닉스도 4조원이 증발했습니다.

    두 종목이 코스피 시총 감소폭(-126조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 겁니다.

    <앵커>

    왜 이렇게 반도체 대형주가 코로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죠?

    <기자>

    반도체가 경기에 민감한 업종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1월 시작된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 IT 수요와 공급망에 대한 우려로 번지며 현물 가격이 조정 받았습니다.

    실제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디램 현물 가격(DDR4 8Gb 2133Mhz 기준)은 3.32달러로 전주 대비 2.2% 하락했습니다.

    이는 코로나 이슈로 대만이나 중국 쪽 수요가 둔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디램 현물 가격이 하락했고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메릴린치가 최근 반도체 업종에 회의적인 시각을 담은 보고서를 낸 것도 반도체주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외국인이 최근 사흘간 코스피에서 2조4천억원을 매도했는데 이 중 1조6천억원이 전기·전자에 집중됐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이슈 때문에 외국인이 사실상 국내 증시와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외면한 것입니다.

    <앵커>

    그럼에도 국내 증권업계는 반도체 업황에 대해 긍정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죠?

    <기자>

    네, 증권업계는 반도체 업황이 한창 개선되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이는 반도체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고정 거래 가격과 관련이 있는데요.

    1분기 디램 고정 거래 가격(DRAM 1Gb당 ASP)은 0.4달러로 전분기 대비 4%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2분기에는 이보다 더 상승폭이 가파를 것이란 것이 증권가의 시각입니다.

    여기에 서버 디램 수요 또한 견조한데요.

    전 세계 서버 디램 시장의 큰 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아직까지는 코로나 이슈와 상관없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증권가 안팎에서 전해집니다.

    <앵커>

    일각에선 "반도체 대형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하는 우려를 제기하는데요.

    증권가에선 어떻게 봅니까?

    <기자>

    이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디램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부터 상승했기 때문인데요.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반도체 대형주 주가가 충격을 더 크게 받고 있다는 말인데요.

    실제로 과거 실적과 비교했을 때 현 주가 수준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해외 경쟁 업체와 비교했을 때 밸류에이션이 높은 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25일 기준 대만 TSMC의 PER은 23.7배인 데 반해 삼성전자의 PER은 15~16배 수준으로 이보다 낮다는 겁니다.

    즉, 지금까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모멘텀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증시 대안은 '반도체 대형주'가 유일하는 측면과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다'는 쪽이 충돌하는 양상입니다.

    <앵커>

    한편 이 와중에 개인과 기관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기·전자를 집중 매도하고 있는 외국인과 달리 기관과 개인은 반도체주 매집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개인은 최근 3거래일간 전기·전자 업종을 1조원 넘게 매수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주가 조정을 개인이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본 것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반도체주의 주가 회복 탄력이 다른 종목에 비해 뛰어나다고 본 투자자들이 많다는 건데요.

    실제 증권업계도 코로나19 이슈 진정 시 반도체 업종의 반등 폭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증권가 안팎에서 반도체 업황 회복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개인은 저가 매수의 기회로 반도체주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증권부의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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