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도 '코로나19' 확산일로…"성지순례·금요예배 중단"

입력 2020-02-27 20:30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이슬람의 엄격한 종교의식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앞에서는 자리를 내줘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를 방문하는 비정기 성지순례(움라)를 위한 외국인 입국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또 메카와 함께 성지순례지인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마스지드 알나바위) 방문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성지순례를 위해 사우디 메카를 방문하려면 전용 비자를 따로 받아야 한다. 지난해 사우디 정부가 발급한 움라 비자는 약 220만 건이었다.
전 세계에서 무슬림 약 200만명이 한꺼번에 모이는 이슬람의 최대 종교행사인 정기 성지순례(하지)는 올해 7월 하순으로 5개월 뒤인 만큼 이를 중단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사우디 정부는 아울러 코로나19 발병국에서 관광 목적으로 온 입국자를 금지하고 자국민에게 이들 발병국을 되도록 방문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9월 28일부터 한국, 미국, 중국 등 49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관광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진원`이었던 사우디는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사우디와 함께 중동의 강고한 이슬람 국가인 이란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발병 지역에서 이번 주 금요 대예배가 취소될 전망이다.
사이디 나마키 이란 보건부 장관은 26일 이란 국영 IRNA통신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일부 도시에서 이번주 금요 대예배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라며 "지도부가 이를 최종 승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요 대예배 취소는 한시적인 조처다"라고 덧붙였다.
키아누시 자한푸르 보건부 대변인은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 되도록 이동하지 말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예배나 성지순례를 삼가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1980년대 이라크와 전쟁 와중에도 쉬지 않았던 금요 대예배가 열리지 않는 것은 이란이 신정일치 국가가 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일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어떤 도시에서 금요 대예배가 취소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된 대표적인 종교도시 곰과 수도 테헤란이 우선 꼽힌다.


이란 보건부는 27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확진자가 245명(106명 증가), 사망자가 26명(7명 증가)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란은 중국을 제외하고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다.
이날 확진자가 늘어난 다른 중동국가는 쿠웨이트 43명(18명 증가), 바레인 33명(7명 증가), 이라크 6명(1명 증가) 등이다. 이들은 모두 이란을 여행한 이력이 확인됐다.
중동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모두 348명(132명 증가)으로, 사망자는 이란에서만 나왔다.
이라크 정부는 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각급 학교는 물론 사람이 모이는 카페, 영화관, 클럽 등 공공장소를 폐쇄했다. 또 이란을 비롯해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9개국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다.
쿠웨이트 국영 쿠웨이트항공은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에 있는 자국민이 귀국하도록 특별기 1대를 27일 밀라노에 보내기로 했다.
카타르 군주(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도 26일 이란에 있는 카타르와 `자매국` 쿠웨이트 국적자를 모두 철수시키라는 칙령을 내렸다고 카타르 국영 QNA통신이 보도했다.
(사진=EPA/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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