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89)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2일 전국으로 확산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친필 사인이 들어간 손목시계를 차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 총회장은 신천지 연수원인 경기 가평군 `평화의 궁전` 문 앞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말 죄송하다. 뭐라고 사죄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바닥에 엎드려 사죄를 구하는 큰 절을 두 차례 했다.
이때 이 총회장을 향한 수많은 카메라 가운데 일부에는 엎드린 그의 손목에서 빛나는 금장 시계가 포착됐다.
사진으로 대조한 결과 이 시계는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대통령에 취임한 후 제작해 유공자와 귀빈들에게 선물한 일명 `박근혜 시계`와 흡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관련 사실이 빠르게 확산했다.
`박근혜 시계`는 동그란 모양에 심플한 디자인으로 흰색 바탕 상단에는 무궁화 한 송이를 중심으로 봉황 두 마리가 그려진 대통령 상징 문양이 새겨져 있고 하단에는 박 대통령 한글 서명이 들어가 있다. 남성용과 여성용 두 가지로 만들었는데 남성용이 약간 클 뿐 디자인은 똑같다. 한때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25만~50만원 선에서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총회장이 차고 나온 시계는 금색으로 당초 은색으로 제작한 초기 버전과는 색깔과 세부 디자인에선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윤곽이 비슷하고 특히 박 전 대통령 친필 서명이 선명해 `박근혜 시계`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언론과 인터넷에선 이 총회장이 24만여명의 신도를 보유한 신천지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첫 기자회견 자리에 나서면서 하필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온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한다.
애장품인 까닭에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하고 평소대로 하고 나온 것이란 상식선의 추론부터 정치적 의미 부여까지 갖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이 총회장의 시계가 주목을 받자 진위 논란까지 불거졌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근혜 시계`는 제작 당시 은장 한 종류로만 만들었고 금장은 만든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총회장이 차고 다니는 건 가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신천지 측은 "박근혜 시계는 5년 전에 한 장로가 줘서 받은 것인데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몰겠다"며 "정세균 국회의장 시절 받은 시계도 있는 걸로 안다. 가지고 있는 시계는 모두 선물받은 건데 직접 받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총회장은 신천지 교인인 국내 31번째 코로나19 확진자의 등장으로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 감염 사태가 본격화한 후 2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신천지 측은 밝혔다.
회색 정장에 노란색 타이, 안경과 마스크를 하고 등장한 이 총회장은 구순 노령임에도 우려와 달리 건강 상태는 매우 양호해 보였다.
계절에 안 맞게 양복 안에 반팔 셔츠를 입은 것도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신천지 측은 "(총회장이) 원래 열이 많다. 한겨울에 여름 양복도 입는다"고 했다.
약 20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주위가 어수선해지자 이 총회장은 앞서 큰절까지 하며 사죄했던 것도 잊은 듯 크게 호통을 치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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