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요 반값 캠페인... ‘반값 마스크’로 캠페인 진행하는 라오메뜨 우성민 대표

입력 2020-03-03 17:54   수정 2020-03-06 14:16


흡사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거래제안이 들어왔다. 마스크 100만장에 25억원을 줄테니 넘기라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회사를 생각하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상생해야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수년간의 사업실패를 통해 몸으로 체득했던 이유였다. 라오메뜨의 우성민 대표 이야기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혼란스러움을 넘어 공포스러움까지 만연하면서 모든 관심이 마스크로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총력을 다해 마스크를 모아 다양한 방식으로 마스크를 배포하고 있지만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이들을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마스크 유통업자들은 사재기와 터무니없는 고가의 가격으로 순간의 이익을 꾀하기 위해 법망을 피해가며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로인해 불법적 유통을 막기 위한 정부와의 보이지 않는 싸움도 날로 격화되고 있다.

라오메뜨의 우성민 대표가 최근 언론에 주목받고 있다. 그가 펼치고 있는 ‘반값 캠페인’ 때문이다. 마스크를 평소에 판매하던 가격의 반값에 팔자는 캠페인이다. 주변에서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 건 당연했다. 돈을 벌기 위해 사업하는 사람이 이익을 포기한다고 선언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우대표는 금수저 출신이 아니다. 평범하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다. 그는 대학졸업 후 잘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퇴직금을 전부 날리면서 철저하게 사업의 어려움을 몸소 깨달아야 했다.

이후 아파트 광고업체와 악세사리 유통, 게임유저를 위한 커뮤니티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일반적으로 사업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선, 새로운 것을 도전할 때 무조건 공부부터 했다. 먹고 살기 위해 경리업무까지 해야했지만 오히려 경리업무를 잘하기 위해 법까지 공부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전문가가 되어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 동안 수차례 사업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세상을 넓게 바라봤다. 그 결과 드디어 네 번째 사업부터 성공의 실마리를 잡게 되었다.

현재 그는 라오메뜨라는 화장품 전문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쇼핑몰 사업을 운영하면서 자사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더 큰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판단하고 과감하게 투자한 결과다. 한 제약사와 쇼핑몰 계약이 해지되면서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앉을 뻔 했지만 특유의 배짱과 사업에 대한 열정을 알아본 은행과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쇼핑몰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결과 화장품 업체까지 차릴 수 있었다. 그런데 평소에 외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내적인 아름다움(inner beauty)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미세먼지로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마스크 제조를 사업 아이템에 추가한다. 바로 지난해 일이다. 건강을 챙겨주는 아이템을 사업 영역 안에 넣고 싶어 시작한 일이 이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으니 조금 아이러니 하지만 다른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반값 캠페인’의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자사 쇼핑몰 사이트가 한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연일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굴지의 회사들을 모두 제치고 이 회사가 이름을 올리는 이유는 오로지 마스크 때문이다. 1장에 3~4천원에도 구하기 힘든 마스크를 1천원대에 판매를 하고 있으니 난리가 안 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우대표는 ‘반값 캠페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스크를 비싸게 팔아 폭리를 남기려는 상황에 ‘반값 판매’를 고집하는 이유는?
“저는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평소에 50% 할인행사를 자주 벌이잖아요? 그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두가 힘든 이때에 할인 행사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이익을 쫓아간다면 결국 저도 오랫동안 성공하긴 힘들겁니다. 대기업들은 서로 눈치보고 진행해야 하는 한계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자유로우니까 상생을 위한 결단이 더 쉬웠습니다. 그냥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10배 이상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 속에서 캠페인을 진행한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엔 저도 놀랐습니다. 하루 사이에 가격이 배가 뛰고 며칠이 지나니 10배 가까이 가격이 뛰는 것을 보고 모두 제정신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이유를 살펴보니 우리 물건을 고가에 중국에 넘기는 게 큰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반값캠페인’을 통해 평소에 우리 물건을 팔아주는 우리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힘든 시기에 그들을 지켜주고 싶은 작은 소망이 캠페인을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반값 캠페인은 언제까지 계속 하실 건가요?
“저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는 캠페인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현재 공장에서 우리 회사 마스크 제품을 매달 20만개 이상은 납품해주겠다고 약속해서 가능한 이어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뜻을 가진 업체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어 캠페인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힘들수록 힘을 합쳐 어려운 시국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다른 중소기업들과도 더 긴밀히 협력해 ‘반값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완수해볼 생각입니다.

라오메뜨는 사업을 시작한지 5년 만에 연매출 100억대를 넘겼다. 중소기업으로선 안정적인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변화무쌍한 약육강식의 생태계 속에선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그래서 그는 현재의 제조와 판매 방식의 사업에서 브랜드사업으로 전환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해외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중국과 홍콩, 베트남과 우크라이나까지 수출국을 늘렸지만 회사가 튼튼하게 설 때까지는 한시도 방심을 늦출 수 없다는 게 우대표의 생각이다.

1997년에 우리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나라가 도산 위기에 빠졌을 때 우리는 ‘금모으기 캠페인’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갔다. 당시 위기를 해소시킬 만큼의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금모으기는 국민들을 하나로 모아 싸워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줬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이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진행되는 캠페인은 아니지만 평소대로 사업을 운영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으로 상생의 가치를 키워 혼란에 맞서고 있다. 나라가 살고 국민이 살고 기업이 함께 사는 십시일반(十匙一飯)정신의 ‘반값 캠페인’은 그래서 소중하고 모두에게 반갑다.

<사진제공-라오메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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