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안전할까.
지난달 말 대규모 보수단체 행사에서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한 공화당 의원 및 보수단체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 동행하거나 악수를 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통령의 코로나19 노출 위험에 대한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은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미국 대통령이 갖는 무게감과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미국 국민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당장 대통령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비밀경호국(SS)은 트럼프 대통령을 코로나 19 노출 위험으로부터 `물샐 틈 없이` 막아내야 하는 특명을 안게 돼 비상이 걸렸다.
CNN방송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소동`(Trump scare)은 어떤 미국인도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여러 정치권 인사들이 코로나19 환자와의 접촉 후 자가격리에 들어갔음에도 불구,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고집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밤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 어떤 코로나19 확진자와도 오래 밀접하게 교류한 적이 없고 증상도 보이지 않는 까닭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탁월한 건강 상태에 있으며 주치의가 계속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의 보수 행동 정치 회의(CPAC) 행사에 참석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코로나19 검진을 따로 받지는 않은 상태이다.
CNN은 감염자와 직접적인 접촉이 있거나 별도의 증상이 없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나 펜스 부통령이 코로나19 검진을 받지 않은 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는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했다.
CNN은 그러나 대통령은 특별히 상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한 나라에서 가장 높은 대중의 신뢰를 차지해야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의문은 항상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있었던 기금모금 행사를 비롯, 지난 주말 플로리다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한 것을 보면 코로나19에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바리케이드에 대해서는 잊어라. 비밀경호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바이러스 노출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특별한 도전과제에 직면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려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곳까지 가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기 전에 활주로에서 지역 정치인 등과 악수를 하던 통상적인 장면이 대통령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비밀경호국으로서는 이제 도전적인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 전직 경호요원은 현 상황을 "최고의 위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경호요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스킨십을 할 때 공격 가능성에 대비, 근처에 있는 대통령 전용 리무진의 문을 열어둔 채 그를 밀착 경호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예고 없이 퍼지는 조용하고 보이지 않는 `적`이라는 점에서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2014년 현직에서 떠난 전직 대통령 경호 요원인 조너선 와크로는 "전염병에 있어 근본적인 원칙은 대통령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비밀경호국 등이 대통령과 대중의 거리를 6∼10피트(182.88∼304.8㎝)를 유지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와크로는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접근 제한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하고야 마는 대통령의 스타일상 비밀경호국 입장에서 희망 사항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밀경호국은 조만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 대한 보호조치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P는 보도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의 생활은 잠재적 위험을 갖고 있는 모든 종류의 위협을 물리칠 최고 장비로 `무장`된 경호 요원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쉽게 전이되는 코로나19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는 데는 별로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호위무사` 마크 메도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마저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이다.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단지 한단계 떨어져 있었다는 것은 이 질병의 확산이 미국민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으며 대중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특히 대선의 해를 맞아 수많은 대중과 스킨십을 갖는 정치인들은 보다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샌더스 상원의원 등 대선주자 3인방 모두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인 70대라는 점이 상황을 더 극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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