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다 지난 1월 ‘경영 참여’로 투자목적을 바꿔 공시했는데, 이전부터 권 회장이 명시적 경영 참여를 요구했기 때문에 허위 공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와 한진칼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의 가처분 소송 답변서 등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한진그룹 대주주를 만나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하고 ▶반도건설 측이 요구하는 한진칼 등기임원과 공동감사 선임 ▶한진그룹 소유의 국내외 주요 부동산 개발 등을 제안했다.
반도건설 측은 "명예회장 제안은 권 회장 본인과 관계된 일이라 확인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상 경영 참여의 목적이었는데도 이를 공시하지 않았단 것은 보유목적 허위 공시에 해당한다면 의결권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1일 계열사인 대호 개발이 한진칼 지분 5% 이상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확인합니다”라며 단순투자임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6일에도 한진칼 지분 6.28% 보유 공시를 하면서 "주식 보유 기간 동안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는 10월자 확인서를 첨부했다. 하지만 올해 1월 10일 지분율을 8.28%로 늘리면서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꿔 공시했다.
법조계에선 반도건설 측이 일정 지분을 확보한 뒤 투자 목적을 바꾸면서 한진그룹이 경영권을 방어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한 것이 문제라고 본다.
정부는 2005년부터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와 경영 참여를 구분해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2003~2004년 KCC가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비공개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인 뒤 회사 인수를 선언한 일에 대한 후속 조치였다.
투자 목적을 허위 공시했다는 이유로 주식 처분명령을 받은 사례도 있다. 컨설팅업체인 DM파트너스는 2007년 3월 상장사 한국석유공업 주식을 11.87% 사들인 다음 처음엔 단순 장내매수라고 밝혔다가 보유지분을 17.65%까지 늘린 뒤 ‘경영 참여 계획이 있다“고 공시했다. DM파트너스는 이후 지분을 31.93%까지 더 확대하고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이에 증권선물위원회는 DM파트너스가 초기에 사들인 14.99%는 경영 참여 목적을 숨기고 매집한 것이라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 판단, 해당 주식 처분을 명령했다.
반도건설의 행위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허위 공시로 판단되면 반도건설은 한진칼 발행주식 중 5%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오는 27일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반도건설의 의결권이 있는 8.28%의 지분 가운데 약 3.28% 지분의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뜻이다.
현재 3자 연합이 지분 공동 보유 계약을 통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31.98%(의결권 유효 기준)로, 허위 공시로 의결권이 제한되면 28.78%로 내려앉는다. 반면, 조 회장 측은 32.45%(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델타항공)에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3.8%), GS칼텍스(0.25%)를 포함하면 36.5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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