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이 유엔 산하기구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최근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를 공식 방문했다가 모국인 미국으로 돌아온 뒤인 지난 주말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면서 "5일 전부터 곧바로 자발적 격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증상이 비교적 가볍고, 컨디션도 좋다고 부연했다.
올해 63세인 비즐리 사무총장은 1995∼1999년 공화당 출신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냈으며, 2017년부터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둔 WFP를 이끌어왔다.
우리 정부가 추진한 대북 쌀 지원 문제에도 깊이 관여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지금까지 최소 24명의 유엔 직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를 포함해 전체 유엔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한 수치라고 두자릭 대변인은 설명했다.
그는 유엔 산하기관 지도부급 인사 중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비즐리 WFP 사무총장이 유일하다면서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재택근무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실시간 집계 현황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으로 미국의 확진자는 1만9천624명으로 급증했으며, 사망자는 260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유엔 산하기구의 국제회의 일정도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내달 20∼27일 일본 교토에서 예정됐던 제14차 유엔 범죄예방 및 형사사법 총회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밝혔다.
UNODC는 웹사이트를 통해 "코로나19와 관련 요소로 인한 전 세계적 사태로 총회를 무기한 연기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유감"이라며 추후 공지를 통해 회의 날짜를 전달하겠다고 공고했다.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도 지난 12일 제43차 회기 중 남은 회의를 모두 취소했으며, 스위스 제네바 소재 세계무역기구(WTO)도 직원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 11일과 20일 예정된 회의를 모두 연기한 바 있다.
다만 유엔 총회나 안전보장이사회는 꼭 필요한 인원만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정상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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