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두 달 간 국내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첫 한 달 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화장품과 호텔·레저 등에 집중됐으나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양상을 보이자 전 업종이 주가 폭락의 융단 폭격을 맞았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에서 이달 19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휴대전화 및 관련 부품 업종이었다.
이 업종 70개 종목에서 두 달 간 시가총액 121조952억원이 사라졌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에서 사라진 시총만도 무려 116조1천123억원에 달했다.
이어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업종 115개 종목에서 시총 35조1천768억원이 증발했다. 이 업종에서는 SK하이닉스[000660] 시총 감소액이 22조4천95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연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 등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으나 코로나19의 충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지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스마트폰과 반도체 수요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두 달 간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도 삼성전자(6조5천279억원)와 SK하이닉스(1조3천42억원)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29.93%)와 SK하이닉스(-30.3%)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상업은행 업종에서 사라진 시총은 31조3천474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업은행에 속한 종목이 9개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은행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주가 약세를 보인 것은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데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국내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하면서 예대마진을 수익 기반으로 삼는 은행업에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상태다.
또 팬데믹으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서 자동차 업종 6개 종목 시총은 두 달 새 19조2천142억원 급감했다.
이 밖에 화장품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생활용품 업종(48개 종목)에서는 시총 15조8천541억원이 사라졌다.
코로나19 안전지대로 분류되던 업종들도 시총이 감소했다. 에프앤가이드 분류 기준 62개 업종 가운데 시총이 증가한 업종은 없었다.
KT[030200](-31.8%)와 SK텔레콤[017670](-26.38%) 주가도 곤두박질치며 경기 방어주로 분류되는 무선통신 업종(6개 종목)에서도 시총 9조3천491억원이 사라졌다.
이번 사태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산업의 수혜가 기대되는 가운데 네이버[035420]와 카카오[035720] 주가도 각각 24.61%, 20.47% 급락했다.
인터넷서비스 업종(20개 종목)은 시총 11조3천877억원이 줄었다. 다만 감소율(23.00%)로 따지면 다른 업종에 비해 시총이 적게 줄어든 편이었다.
시총 감소 폭이 가장 작은 업종은 게임 소프트웨어(-18.01%)와 바이오(-18.14%)였다. 이들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은 두 달 전과 비교할 때 모두 시총이 20% 이상 급감했다.
폭락장세에서도 일부 코로나19 테마주는 주가 급등으로 시총이 대폭 늘었다.
진단키트 업체인 랩지노믹스[084650]와 백신 개발업체인 진원생명과학[011000]은 두 달 새 시총이 각각 241.56%, 115.21%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비대면 소비 관련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기본 에티켓이 되면서 비대면 소비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며 "이런 소비문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 추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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