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입원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사망자는 피의자 체포 이후에도 2시간 동안 흉기에 찔린 채 병실에 방치돼 경찰의 초기 대응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62)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2시께 술을 마시고 병원 6층의 병실에 들어왔다가 함께 입원한 B(66)씨와 말다툼을 했다.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복도로 나간 B씨를 뒤따라갔다.
소란을 듣고 당직근무를 하던 간호사가 다가오자 A씨는 품에 있던 흉기를 꺼내 위협했다. 그는 간호사가 신고하러 1층으로 내려가자 전동 휠체어를 탄 B씨의 옆구리를 흉기로 한 차례 찔렀다.
범행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A씨는 자신의 병상과 맞은 편에 있는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누워있던 C(45)씨의 목을 찔렀다.
당시 간호사가 자리를 뜨는 바람에 범행을 제지할 의료진이 주위에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흉기를 든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함께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복부를 다친 B씨만 병원으로 이송했다.
흉기에 목을 찔린 C씨는 이로부터 2시간이 지난 오전 4시에야 병원 간호사에 의해 발견됐다. 간호사는 재차 경찰에 이를 신고했고 C씨는 상처가 깊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알츠하이머를 앓아 3개월 전부터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환자 관리를 소홀히 한 의료진의 관련 법 위반 여부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범행 당시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는 목격자 등의 진술이 있었다"며 "복도에서 확보한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범행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대응 부실 논란에 대해서는 "간호사가 `환자가 흉기를 들고 위협한다` 수준의 신고였기 때문에 복도에서 발견된 부상자를 우선 병원으로 옮겼다"며 "당시 병실 문이 모두 닫혀 있어서 안에 사망자가 있는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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