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코로나19 폭증은 '축구' 때문?…"伊 원정 관람 후 확산 급속"

입력 2020-03-30 22:47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탈리아와 함께 가장 심각한 스페인에서 열성 축구팬들의 축구 사랑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8일 미국의 CNN 방송 온라인판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의 코로나19 상황이 이탈리아 밀라노로 원정 경기를 관람하러 갔던 스페인 축구 팬들이 돌아오면서 급격히 악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 2월 19일 3천여명의 스페인 축구 팬들이 발렌시아와 아틀란타 간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경기장에서 관람하기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의 주세페 메아차 경기장을 찾았다.
당시 경기장에는 이탈리아 관중 4만명도 있었는데 이중 상당수가 베르가모와 그 주변에서 관람을 온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베르가모는 이후 이탈리아 북부에서도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도시 중 하나가 됐다.
조르지오 고리 베르가모 시장은 CNN에 "그날 저녁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질만한 기회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면역학자 프란체스코 레포체 역시 같은 관점이다. 그는 일간 코리에레 델로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확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아틀란타-발렌시아 경기가 그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경기 이틀 뒤 베르가모에서 60㎞ 떨어진 코도뇨라는 마을에서 38세 남성이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때 이미 바이러스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지방을 중심으로 널리 퍼진 뒤였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밀라노에서 경기를 본 뒤 발렌시아로 돌아간 스페인 사람들에게서도 이즈음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에 한명이 스페인의 스포츠 기자인 키케 마테우.
그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집으로 돌아오고서 나흘 뒤부터 기침과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다면서 "롬바르디아 지방에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마테우는 이후 자신의 동료 4명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이후 발렌시아 축구팀의 선수와 코치진도 3분의 1 이상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음에도 스페인 보건당국의 대처는 안일했고 느렸다는 것이 CNN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틀란타-발렌시아 경기를 보거나 참여한 사람들에게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보고되는데도 스페인 당국은 선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사태를 관망했고, 3월 8일 전국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통제하지 않고 그대로 개최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 행사에는 수도 마드리드에서만 12만명이 운집하고 전국에서 수십만명이 모여 행진했다. 이 행사에 참석했던 스페인의 여성 장관 2명이 나중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전국의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가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스페인의 야당들은 정부가 행사를 통제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토록 한 것에 책임이 있다며 성토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결국 세계 여성의 날 바로 다음 날인 3월 9일에야 부랴부랴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는 등 조처에 나섰지만 이미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적기를 한참 전에 놓친 뒤였다.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세계 여성의 날이었던 지난 8일 589명에서 불과 엿새 뒤인 지난 14일 10배에 가까운 5천753명으로 폭증했다.
현재 확진자는 총 8만5천195명으로 중국(8만1천470)을 넘어서 세계에서 미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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