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코로나19가 그냥 우리나라를 지나가도록 하면 안 되는 것이냐"는 취지의 언급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그가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성에 대한 보건 당국자들의 잇따른 경고를 묵살했던 정황이 드러나는 등 행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 논란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렸던 코로나19 TF 회의에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에게 이의를 제기했다며 이와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WP는 미국이 영국과 아일랜드를 미국 입국금지 대상에 추가한 날에 벌어진 일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유럽발(發) 입국을 막으면서 이들 두 나라를 리스트에 추가한 것은 지난달 14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견뎌낸 사람은 면역력이 생긴다는 믿음에 기초, 코로나가 억제되지 않은 채 나라를 휩쓸고 가도록 놔두는 `집단면역`(herd immunity)에 관한 논의가 왜 그렇게 나쁜 생각인지에 대해 이해하길 원했다고 W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코로나19)이 이 나라를 지나가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잘 아는 2명의 인사가 WP에 전했다. 이 질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반복적으로 물어봤던 것이기도 하다고 WP가 또 다른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파우치 소장은 처음에는 `지나가도록 한다`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혼란스러워 보였지만 이내 질문의 취지를 알아들은 뒤 근심스러운 표정이 됐다고 한다.
파우치 소장은 "대통령님, 그렇게 하면 많은 사람이 죽을 것입니다"라고 받아쳤다고 WP는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한다고 말했으나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경제활동 정상화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WP는 전했다.
집단면역은 한 인구집단 중에 특정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많을 때 그 질환에 대한 전체 인구집단의 저항력이 향상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의 경우 아직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면역력이 생기려면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아야 한다. 그러나 집단면역은 감염 확산을 어느 정도 방치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 과정에서 사망자 확산 등 사회가 치를 대가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시 언급은 집단면역 주장을 명분으로 정상적 경제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규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의 심각성을 여전히 평가절하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로부터 며칠 안 된 지난달 16일 TF 브리핑 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을 직접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실 대응 논란과 관련, 앨릭스 에이자 복지장관이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전인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위험성을 전달하며 직접 경고를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뉴욕타임스(NYT)의 전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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