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인천공항공사가 '갑질 건물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깎아주는 이른바 '착한 임대인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벌어진 일인데요.
어찌된 일일까요? 신선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내 면세점 업계 1·2위인 롯데와 신라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입찰을 포기한 이유는 임대료 때문입니다.
대기업 면세점이 사업권을 획득한 후 운영권을 포기한 건 이번이 처음.
특히 '10년 운영권'을 가져갈 수 있는 알짜 계약을 포기했단 점에서 이례적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출국장 면세점 대부분이 셧다운에 들어갔음에도 인천공항공사가 기존 임대료 방식을 고수하자 업계도 초강수를 둔 겁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이번 달 들어 하루 평균 인천공항 출국객 수는 1,000명 남짓. 지난해 하루 평균 10만 명과 비교하면 100분의 1수준입니다.
손님이 줄면서 이번 달 면세점 매출도 지난해와 비교해 98% 줄었습니다.
현재 면세업체는 월 적자가 1,0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책으로 내놓은 '임대료 20% 할인' 카드 조차 사용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인천공항공사가 최대 6개월간 임대료 20% 감면 혜택을 주는 대신 '내년도 할인 포기' 조건을 달았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매출이 제로인 상황에서 20% 감면도 생색내기나 다름없는데 이 방식대로라면 내년도 할인분을 앞당겨 쓰게 되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인천공항 면세점들은 직전년도 여객 수 증감에 따라 월 임대료를 ±9% 선에서 조정해왔는데 이번에 20%를 감면받으면 내년에는 사실상 감면을 못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인하는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진행할 뿐, 공사 혼자서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인천공항 관계자
"대주주 국토교통부가 지분 100%고, 예산·배당금 등 여러 부분에서 정부에 보고하고 정책결정 보조를 맞춰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20%로 결정했는데 저희가 40~50% 임대료 인하를 해줄 순 없는 거거든요."
올해 선제적으로 임대료를 낮춰준 건데 내년에도 인하해 주면 '이중 혜택'이 돼 정부 정책에 반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한국경제TV 신선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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