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이 오는 15일 진행되는 한국의 총선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한복판에서 처음 치러지는 선거"라며 코로나19가 미칠 영향에 대해 주목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주간지 타임은 "한국이 코로나19 대규모 발병국 중 처음으로 전국단위의 선거를 치른다"면서 "선거가 전염병 확산을 초래하지 않고 치러진다면 11월3일 미국 대선을 비롯해 다른 나라의 선거에 지침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은 "한국 총선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에 대한 충분한 고려 아래 진행된다"면서 "이는 미국에서 투표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진행하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연기됐다. 미국에서는 15개 이상의 주에서 대선 경선이 연기됐고, 영국에서는 지방선거가 1년 연기됐다. 에티오피아는 8월 예정했던 의회 선거일정을 다시 잡는다고 발표했다.
이들 나라를 포함해 프랑스, 스리랑카, 뉴질랜드 등 최소 47개국이 코로나19로 선거를 연기했다고 미국 CNN방송은 밝혔다.
타임은 미국 대선이 아직 6개월 이상 남긴 했지만 코로나19가 여전히 위협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가를 놓고 논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선거 연기에 대한 목소리가 있었지만 수십년간 군사독재정권의 통치를 받다 1988년에야 자유롭고 공정한 국회의원 선거를 하게 된 이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한다는 것은 과거 독재자들이 하던 수법을 따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서울대 박원호 교수의 말을 전했다.
타임은 한국에서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전국 1만4천여곳의 투표소는 정기적으로 소독될 것이며, 유권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나와 체온검사를 받아야 하고, 소독제로 손을 소독한 후 비닐장갑을 끼고 나서야 투표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이 미국의 6분의 1 크기이지만 인구밀도는 15배나 높은 점 등 미국과 분명히 다른 상황이지만, 한국이 선거에서 채택한 많은 방법을 미국에 적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사전투표나 부재자투표 확대, 손소독제 활용, 투표소 소독, 투표 대기 줄에서 3피트(약 1m) 간격을 유지하는 것 등인데, "한국의 방식 중 가장 따라야 할 것은 선거 날 투표 대기 줄을 줄이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타임은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감염병 예방책에도 불구하고 고위험자들의 투표 기피와 일부 지역 재외국민투표 취소 등으로 투표율은 예년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며, 부동층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보수-진보 양당 대립이 더 강화되고 제3의 정당은 동력을 잃을 위험도 나온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타임은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선거를 밀고 나간 것이 한국에는 올바른 방향이었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출신으로 한국 전문가인 민타로 오바는 "민주주의에서 참정권은 한국인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한국인들은 그것이 얼마나 쉽게 후퇴하거나 박탈될 수 있는지를 안다"고 말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이날 기사에서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한가운데서 주요 민주주의 국가 중 처음으로 선거를 치른다"면서 선거의 결과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총선을 "불과 몇주 전만 해도 집권당에는 재앙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인기없는 지도자들이 자신의 선거 운을 뒤집는지에 대한 단서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분석가들은 코로나19 상황 호전이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경기침체와 답보상태에 놓인 정치개혁에 대한 투표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한국의 좌파 정부는 최저임금인상을 포함한 잇단 노동 친화 정책으로 아시아 네 번째 경제 대국에 피해를 안겼다고 비난받아왔고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41%까지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문 대통령의 코로나19 전략에 대한 강력한 대중적, 국제적 지원 속에서 그의 인기는 지난주 56%로 올라섰고 여론조사에서는 좌파진영의 승리가 예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코로나19로 선거를 미룬 나라들이 많다면서 "조만간 선거를 치를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의 실험적 투표를 바짝 따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가디언도 이날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처음으로 총선을 치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 위기 대처법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가 민주당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4·15 총선은 고용지표, 청년실업, 임금, 북핵, 정치적 스캔들 등으로 점령당할 것으로 보였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이 그 모든 것을 압도해버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로 감염병이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고 투표를 하기까지 소독 등 절차가 복잡하지만 많은 유권자는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한국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와중에 선거를 치르고 다른 나라들은 선거를 미루고 있다"면서 "어떤 쪽이든 대중의 건강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역대 한 번도 선거를 연기한 적이 없는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역시 선거 연기의 이유가 되지 못했다"면서 "많은 유권자가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선거 연기가 반 민주적이라고 생각되지만 이러한 시기에 선거를 진행한다는 것 역시 어떤 면에서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감염 위험으로 투표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다른 의제들이 오로지 전염병이라는 한가지 이슈에 묻혀버린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유권자간 토론도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CNN은 "하지만 선거 연기는 위험을 동반한다. 선거는 유권자의 신뢰를 지키고 입법의 합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며 선거 연기로 집권자들이 그만큼 더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게 되고 연기되는 기간을 그들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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