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역대급참패'…지도부 총사퇴론 등 '후폭풍'

입력 2020-04-16 01:16  


4·15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은 한동안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집권 3년차 총선에서 제1야당이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까지 연거푸 고배를 마신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또 주저앉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6일 오전 0시 40분 현재 253개 지역구 가운데 1위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이 156곳인 반면, 통합당은 92곳에 불과하다.
비례대표는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미래시민당이 17석이다.
이대로면 통합당과 한국당이 합쳐도 111석이다. 4년 전 총선 의석(122석)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개헌 저지선(100석 이상)만 간신히 지킨 셈이다.
양당 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 지위는 유지하겠지만, 민주당과의 맞대결에서 무릎을 꿇은 채 과반을 내주게 됐다. 범여권이 약 180석을 확보할 경우 국회 주도권을 완전히 넘긴 채로 4년 내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통합당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황교안 대표가 물러나면서 지도부가 사실상 붕괴했다. 황 대표는 이날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지고 가겠다"며 사퇴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도 대부분 낙선했다.
한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 낙선했으니 사실상 자동적으로 사퇴가 될 것"이라며 "동반사퇴 수순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지도부가 총사퇴할 경우 심 원내대표가 임시로 대표 권한을 대행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과 조기 전당대회 실시 등 타개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당내에선 이번 총선을 치르고 나서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 현 지도부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중심으로 `보수통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기존의 한국당 지도부에 일부 인사들을 추가한 수준의 `과도기 지도부` 성격이어서다.
여기에 총선 참패라는 충격파가 가해지면서 서둘러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우선 서울 `격전지`에 나선 오세훈·나경원 후보와 당의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한 홍준표·김태호 후보의 생환 여부가 주목된다. 불출마한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후보들의 성적표도 조기 전대론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들은 모두 당권을 바탕으로 세력을 키워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여겨지는 `잠룡`들이다.
`5선 고지`에 올라 몸집을 키운 정진석·주호영·조경태·서병수 의원도 잠재적인 당권 후보군에 꼽힌다.
일각에선 막판 영입된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전권`을 맡겨 당이 대대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집권한 지 3년 만에 치러진 총선이 `정권 심판론` 대신 `야당 심판론`으로 귀결된 원인을 분석하고, 당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려면 김 위원장이 메스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자신이 선봉장을 맡은 선거에서 참패한 만큼,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는 이날 투표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로 내 임무는 다 끝났으니까 더이상 공식적인 자리에는 안 나타나려고 한다. 여러분을 만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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