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개학 첫날인 20일 긴급돌봄교실에서는 여전히 EBS 접속 장애가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혼란이 발생했다.
가정에선 자녀의 출결석 체크부터 과제물 업로드까지 `학습도우미` 역할을 모두 떠안게 된 부모들이 "사실상 부모개학"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오전 9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A초등학교 2층 교실에 긴급돌봄을 신청한 1학년 학생 11명은 마스크를 쓴 채 띄엄띄엄 앉아 정면에서 방영 중인 EBS 방송을 시청했다.
학생들은 개학을 주제로 `나는 ㅇㅇ 초등학교 1학년 ㅇㅇㅇ입니다`를 되풀이 하는 영상 속 진행자의 말을 들으며 이름표 만들기에 참여했다.
일부 학생은 영상 속 진행자의 설명대로 미리 챙겨온 색종이를 꺼내 이름표를 만들어냈지만, 대부분 학생은 책상 위에 놓인 학습 꾸러미 과제물을 괜히 넘겨보는 등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같은 시각 옆 컴퓨터실에선 3∼6학년 10여명이 자율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었지만 일부 학생은 1시간 가까이 EBS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조차 하지 못했다.
2학년 학생 16명이 모인 교실에서는 아예 EBS 온에어에 접속할 수 없어 유튜브로 학교 역사를 안내하는 대체 동영상을 틀어줬다.
뒤늦게 온에어에 연결됐지만 이미 2학년 수업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A초교 교감은 "학교 교실에 텔레비전이 있지만, 케이블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 EBS 채널을 볼 수 없어 인터넷으로 접속해 봐야 하는데, 첫날이어서 그런지 접속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전엔 급하게 채용한 학습 도우미분들이 긴급돌봄 학생들을 돌봐주는데, 바로 어제 채용된 분들이라 학생들과 적응해나가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기준 도내 긴급돌봄에 참여한 학생은 1만9천88명으로 온라인개학이 시작되면서 참여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날 긴급돌봄 참여 인원이 2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에선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인 자녀를 대신해 부모가 출석 체크부터 과제 수행까지 모두 도맡게 됐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다자녀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은 더 컸다.
초1 자녀를 둔 장모(34)씨는 "코로나19로 다섯살 둘째 어린이집 등원을 계속 미뤄왔는데 오늘 첫째 온라인 개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냈다"며 "오전 내내 첫째 옆에 붙어 앉아 학습지도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9시 전에 출석 체크하고 30분까지 교과서 시 외우기, 그다음은 EBS 듣고 학습 꾸러미 풀기, 홈페이지 동영상 보고 가족끼리 따라 해보기 등을 다 하면 점심때쯤 수업이 끝난다"며 "둘째 과제는 언제 봐주고 점심은 언제 해먹냐"고 하소연했다.
일부 학교에선 온라인 출석 체크 외에도 그날그날 과제물을 수행해 사진으로 찍어 제출해야만 출석을 인정해준다고 하면서 학부모들은 `부모 과제다. 부모가 개학했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천에서 6학년,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맘카페 게시글에 "그리기, 만들기, 시쓰기, 수업 요점 정리 등 첫째 아이 과제가 말도 못 하게 많다"며 "둘째도 오늘 개학했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학인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인 한 학부모는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저녁 9시 넘어 퇴근하면 그때부터 아이 과제를 봐줘야 한다"며 "나이 많은 친정엄마는 와이파이 어떻게 잡는지도 어려워하는데 과제를 어떻게 업로드해주실 수 있겠냐"고도 했다.
이날 초1 자녀의 온라인 개학 때문에 하루 휴가를 냈다는 김모(39)씨는 "휴가를 더는 낼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가 많다고 해서 어렵게 휴가를 냈다"며 "저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하루빨리 코로나19가 끝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초등 저학년도 온라인개학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