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일본식 불황 올수도…4차산업이 돌파구"[코로나19 이후 길을 묻다]

입력 2020-05-06 13:24   수정 2020-05-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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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연 경제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해법은 또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박근혜 정부 때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유일호 전(前) 경제부총리를 직접 찾아가 혜안을 들어봤다.

Q. 코로나가 몰고 올 변화 가운데 어떤 변화를 가장 주목하고 있는가.
"코로나로 자유→보호무역 가속화 가능성 낮아"
대공황, 글로벌 금융위기, 외환위기 모두 경제 내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 이런 위기는 처음 겪는 것이다. 심각하게 보는 사람들은 폐쇄경제 비슷하게 갈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무역질서가 크게 훼손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유무역의 혜택을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간 인력 이동이 제한되고 있고. 팬데믹은 언젠가는 해소될 것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면 끝날 것이다. 이번 사태 때문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경제 부총리 할 때부터 이미 보호무역 기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라는 것은 가속화 시키는 것은 되겠지만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바꾸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보호무역을 위해 이번 사태를 이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는 있다.

Q. 코로나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처럼 내수경제의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수출경쟁력 저하…코로나로 가속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유무역 질서가 후퇴한다면 우리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수의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소규모 개방 경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고 해도 국제사회에서 뜻을 관철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세계경제가 보호무역 중심으로 간다면 우리도 거기에 맞춰 갈 수밖에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훼손돼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출 성장률이 둔화되거나 수출액이 줄어드는 것이 이미 나타나고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되고 있다.


Q. 1분기 성장률이 11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 충격이 경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 어떤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하는가.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 우려…대비책 마련해야"
데이터가 충분하게 없기 때문에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정성적으로 보면 어려울 것이다라는 생각은 든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2% 간신히 달성했다.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는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성장 잠재력이 훼손돼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성장률 하락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일본식 장기불황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와는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Q. 코로나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현 정부 경제팀의 위기 대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부, 코로나 대응 최선 다하고 있지만 효과는 의문"
경제적인 대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사실 이런 종류의 위기에 대한 대응책은 각국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경제 외적인 부분에서 온 위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위기는 경제 내적인 부분에서 온 위기였다. 과거 위기 때는 전 세계적인 협조. 양적 완화 등을 통해서 각국이 협조해서 해왔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동참하고 있다. 다만,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한 효과를 거둘 것인가는 확신할 수 없다.


Q. 포스크 코로나 시대에 산업 지형도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는가.
"코로나로 인한 산업 지형도 변화 예상 아직 이르다"
단기간에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산업구조 변화가 있지 않을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산업 지형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단기적인 현상 때문에 미래에 산업 트렌드가 이렇게 변할 것이다라고 예상하기는 이른 것 같다. 코로나19로 산업 구조자체가 완전히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한다면.
"규제 완화, 여전히 갈 길 멀다"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길게 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기업은 자기들이 할 일을 잘 찾아 가야한다. 희망사항 같으면 제4차 산업혁명으로 진입하는 과감한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기업이 이런 것들을 잘 진행할 수 있게 국가는 구조와 제도만 잘 만들어주면 된다. 그러면 기업들은 잘 찾아갈 것이다. 정부나 사회가 지금 그렇게 해주고 있는지에 대해 성찰해봐야 한다. 국가가 제도를 만들어주면 기업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알아서 다 잘 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규제가 많으면 기업은 규제 안에서 안주하게 된다. 그러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규제 완화에 있어서 아직 갈 길이 멀다.

■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 1955년생
-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박사
1998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1998년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2006년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2015년 국토교통부 장관
2016년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부총리
2017년 국무총리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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