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치 일자리 한달새 '일시 증발'…체감실업률 20%대

입력 2020-05-09 11:0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미국 고용시장에 `잔인한 4월`의 기록을 남겼다.
한달간 무려 2천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실업률은 역대 최대폭인 10%포인트 치솟았다. 이번 충격과 비교 가능한 유일한 시기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라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8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고용보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일자리 충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첫 공식지표다.
`완전 고용`을 자랑했던 미국의 일자리 시장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했다.
실업자의 대부분이 `일시 해고` 상태라는 점은 그나마 `V자형` 일자리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되는대로 상당 부분 일터로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비농업 일자리가 2천50만개 줄었다.
4월 미국의 경제활동이 거의 멈춰 섰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충격을 온전하게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서서히 본격화했던 3월에는 87만개 일자리가 감소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차곡차곡 늘린 일자리(약 2천280만개)가 순식간에 증발한 셈이다. 미국 일자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매달 20만개 안팎 증가세를 유지했다.
실업률은 3월 4.4%에서 4월 14.7%로 치솟았다.
월간 기준 집계를 시작한 1948년 이후 기존 최고치(1982년 10.8%)를 갈아치웠다. 대공황 시기 당시인 1933년에는 24.9%의 실업률을 기록한 바 있다.
`재택 명령`으로 직격탄을 맞은 레저·음식점·유통 업종이 `해고 대란`을 주도했다. 레저·접객업종에서만 770만명, 요식업종에서 55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4월 노동시장 참가율은 60.2%로 2.5%포인트 하락하면서 1973년 1월(60.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자리 쇼크`는 예견된 것이기는 하다. 오히려 시장의 우려보다는 다소 양호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4월 일자리가 2천150만개 감소하고 실업률은 16%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실시간 고용지표로 꼽히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지난 7주간 3천350만건에 달했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집계에서도 4월 민간부문 고용은 약 2천24만개 감소한 바 있다.


그렇지만 실제 충격파는 통계 수치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에 나서는 실직자에 대해서만 실업률 통계에 반영되는데, 경제적 셧다운 구조에서는 구직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파트타임 활동에 머무는 근로자까지 아우르는 광의의 실업률(U6)은 8.7%에서 22.8%로 거의 3배로 뛰어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예 구직활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체감적인 실업률은 23%에 이른다는 것이다.
실직 대란은 미국에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다.
캐나다에서도 4월 한달간 약 200만명이 실직했고, 실업률은 3월 7.8%에서 4월 13.0%로 높아졌다. 3월에도 10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했다.
캐나다 통계청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최소 3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실업 대란`은 `암울한` 실물경제 지표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연율 4.8% 감소했다. 1분기 노동생산성도 전 분기 대비 2.5% 떨어졌다. 소매판매, 제조업 생산, 건설 등 부문별 지표들도 예외 없이 급락세다.
취약계층일수록 그 충격파가 더 컸다.
인종별 실업률은 흑인이 16.7%, 히스패닉이 18.9%로 평균치보다 크게 높았다. 백인의 실업률은 14.2%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많은 유색인종일수록 코로나19 사태의 첫 희생양이 됐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흑인 계층이 더욱 탄탄한 일자리 훈풍을 누렸던 것과는 달리,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흑인 실업률이 크게 하락한 것을 주요 국정성과로 부각해왔다.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이 7.9% 큰 폭 올라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저소득 노동자들이 대거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하면서 전체 평균임금은 크게 오르는 역설적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지표에서 주목되는 것은 실직자 대부분이 일시적 해고 상태라는 점이다.
실직자의 78.3%에 달하는 1천810만명은 자신의 상태를 `일시 해고`(temporary layoff)로 분류했다. 영구적인 실직에 해당하는 비율은 11.1%, 200만명에 그쳤다.
이례적으로 높은 `일시해고 비율`로, 실직자 대부분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되는대로 일터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10년 남짓 초장기 침체가 이어졌던 1930년대 대공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부분 기업체가 일시 해고 또는 무급 휴직을 단행한 결과다.
113년 전통의 고급 백화점 니만마커스, 유명 중저가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를 비롯해 유통·소매업계 파산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기업들의 줄파산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
대기업 파산이 본격화한다면 `일시 해고`로 분류된 실직자들은 `영구 해고`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연방정부가 막대한 재정지출에 나서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파격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도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겠다는 취지다.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빨리 종식될지, 그리고 대기업들이 얼마나 버텨낼지에 따라 고용시장의 추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경제가 재가동되더라도, 상당 기간 일자리 충격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NYT는 전했다.
경제분석 업체인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실업률을 되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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