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너도나도 가로주택정비 사업…난개발 우려

조연 기자

입력 2020-05-12 17:57  

    재건축 막으니 가로주택으로
    "수익성 확보 못하면 반짝 인기"
    <앵커>

    최근 재건축의 대안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뜨고 있습니다.

    '나홀로 아파트'를 벗어나 규모와 수익성을 키우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주목하는 모습입니다.

    조연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벽면에 동 표식도 흐릿해진 30여년 연식의 한 빌라.

    최근 반년 사이 이 빌라의 매매 가격은 3억 초반대에서 4억 초중반으로 40% 가까이 올랐습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인데,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파일럿 프로젝트로 이 구역을 검토 중이란 소식에 집값이 뛴 것입니다.

    정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적극 독려하면서 최근 이 같은 노후 빌라의 가격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란 낡은 빌라나 단독주택 등이 밀집한 소규모 주거지를 큰 철거없이 도로와 기반시설 등을 유지하며 주택을 신축하는 소규모 정비사업입니다.

    일명 '미니 재건축'이라 불리는데, 일반 재건축에 비해 3배정도 진행 속도가 빠른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시행절차도 간소해 3년 안에 입주하는 단지가 나올 정도입니다.

    다만 규모가 작다보니 수익성이 크지 않아 지난 2017년 가로주택정비의 첫 사례가 나오고도 3년간 조용했는데, 최근 들어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추진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기자 스탠딩>

    성남시 구도심에 위치한 태평동입니다.

    과거 청계천 이주민들을 위해 산 억던에 조성된 마을인데, 이 처럼 도로가 매우 좁고 가파릅니다.

    작고 노후화된 빌라들이 빼곡하지만, 땅 모양이 굉장히 반듯해 가로주택사업에 최적화됐다는 평가입니다.

    조합 측은 28만제곱미터에 달하는 대지를 24개 구역으로 나누어 추진하되, 2~3개 구역씩 묶어서 총 7천세대 이상의 대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더 이상 '나홀로 아파트'가 아닌 규모의 경제로 사업성이 커지자, 현대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동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정호 / 태평2·4구역 가로주택조합위원장

    "어떻게보면 편법적인 재개발이라 볼 수 있죠. 그렇지만, 결합형 가로주택을 진행하려 합니다. 한 블럭당 300세대, 3개 결합하면 900세대 정도 나와요. 작은 규모는 아니죠. 일단은 최대한 빨리 할 수 있는 가로주택 정비사업 아닙니까.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단지라 볼 수 있죠."

    하지만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주위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물만 세우는 만큼 재개발과 같은 미래 가치를 기대할 수 없고, 우후죽순식 난개발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터뷰> 태평동 주민

    "싫어. 빈촌이 되잖아. 못 사는 동네. 할려면 평지를 만들어야지. 여기도 40~50년됐으니.. 우린 재개발을 원해."

    건설사 역시 고민이 깊습니다.

    정부가 적극 장려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재개발·재건축에 비해서는 투입하는 비용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규정 / NH투자증권 연구위원

    "시장이 원해서는 정비사업 방식, 공급되는 아파트 상품의 형태와 소규모 정비사업의 내놓을 수 있는 주택 형태가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원하는 투자형 아파트 공급이 계속되지 못하면 아무래도 수요 니즈 맞추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사업성이 제약이 있는 공급자들, 건설업체들의 참여 지속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무엇보다 정부가 말하는 주택공급 해소, 집값 안정이란 목표에도 소규모 정비사업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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