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맡길거면 보관료 내!'…마이너스금리 도입 정말 필요할까 [지피지기]

김종학 기자

입력 2020-05-27 13:45   수정 2020-06-01 08:37

    보통 은행에 돈을 맡기면 쥐꼬리같은 이자라도 받습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 정반대로 우리가 보관료를 내야하죠. 그렇다고 우리 통장에 마이너스 수수료가 찍히는 일은 없습니다. 이건 은행들의 은행, 중앙은행이 벌이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황당한 일은 이미 유럽,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5년째 `실험중`인 마이너스금리에 미국도 막 발을 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한 줄 트위터의 `나비효과`

    "다른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혜택을 보는 상황에서 미국도 `선물`을 받아들여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메시지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트럼프의 요구를 바로 거절했지만, 투자자들은 언젠가 미국도 `마이너스금리`를 시작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왜 트럼프는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하자고 하는 걸까요?

    은행들은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중앙은행에 일정비율의 자금, 지급준비금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은행들이 대출 상품을 만드는 대신 안전한 중앙은행 금고에 돈을 계속 쌓기만 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물건을 거래할 때 쓰이는 돈이 줄어들고 경기 불황은 더 깊어집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직접 은행들이 맡긴 돈에 마이너스 금리, 일종의 패널티를 매겨 돈을 찾아가라고 독촉하는 정책을 쓰는 겁니다.

    ● 이론상 완벽한 `경기불황 처방전`?

    이론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돈이 풀리기 시작하면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 기업들은 더 낮은 비용에 많은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게 되죠. 이렇게만 보면 소비를 늘려 경기침체를 막을 효과적인 방안처럼 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올해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트럼프의 입장에선 부작용이 있더라도 쓰고 싶은 정책일 겁니다. `V자 반등`은 커녕 스우시(Swoosh, 나이키 브랜드 로고) 형태의 회복이라도 이뤄져야 11월 3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바람과 달리 파월 의장과 연준 위원들 사이에선 마이너스금리 정책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결과적으로 은행들에 손실을 떠넘기는 방식이 됩니다. 중앙은행에 남은 돈을 맡겨봐야 손해를 입는데다 일반 고객에게 대출 금리를 높이기도 어렵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금융시스템의 뼈대이자 금융위기에 버텨줘야 할 은행의 체력(수익구조)을 망가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또 마이너스 금리에 풀려나온 돈들이 목표로 한 소비자 주머니로 흘러가는 것도 아닙니다. 주식, 부동산 가격만 불필요하게 부풀리는 부작용도 있죠. 이 때문에 스웨덴은 2015년부터 5년간 마이너스금리에도 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제로금리로 복귀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마이너스 금리 논란이 벌어진 곳은 다름 아니라 전 세계 기축통화 ‘달러’를 가진 나라, 미국입니다. 미국이 달러를 더 싸게 풀기 시작하면 힘없는 신흥국들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떠안아야 합니다. 미국 국채 금리도 자연스레 내려가는데, 당장은 투자기관들이 수익을 내겠지만 부실 위험도 커집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언젠가는 제로금리를 회복하거나 조금씩 오를텐데 이때 누군가는 아주 비싼 값에 손실을 떠안는 폭탄돌리기를 하는 셈이죠.

    ● "올해 대선 역사적 대패할 것"..마음급한 트럼프

    이런 부작용에도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한 전망이나 기대는 여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죠. 미국 대선을 예측한 옥스포드 그룹은 미국 경제가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패배를 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더구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은 코로나19 대응에 쓸 자금을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해야 세금을 아낄 수 있습니다. 미국 연준이 가능한 경기부양 정책을 대부분 소진한 상태라, 코로나19가 2차 확산할 경우 이에 대비할 카드가 몇 장 남지 않았다는 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끝을 모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전 세계 경제도 아직 그 바닥이 어디인지 확인조차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미국 연준이 주저하고 아끼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카드를 과연 트럼프의 바람대로 꺼낼 수 있을까요?



    《지피지기(知彼知己)는 글로벌 경제 전쟁터의 복잡한 현상들을 `적과 나`의 입장에서 깊게 분석하고 쉽게 전달해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는 결기 넘치는 콘텐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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