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불안한 일부 홍콩인들이 1997년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처럼 이민을 떠나려 한다고 SCMP가 31일 보도했다.
이민 컨설턴트들은 중국이 홍콩보안법 강행을 공식화한 지난 21일부터 많은 새 고객들로부터 상담 요청을 받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민 상담 회사를 운영하는 앤드루 로씨는 "(중국 당국의 홍콩보안법)이 제안된 바로 다음 날 우리는 100여통의 전화를 받았다"며 "사람들은 바로 다음 날 떠날 수 있는지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민을 고민하는 홍콩인이 늘어나면서 외국 부동산 수요가 늘어나고 반대로 급매물로 나오는 홍콩 주택 매물도 출현했다.
이민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후이씨는 "외국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이주에만 100여 건의 외국 투자 상담을 진행했는데 이는 평상시의 10배에 달하는 것이다.
홍콩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홍콩에서 마온산역 근처 73㎡짜리 아파트가 감정가보다 싼 990만 홍콩달러(약 15억8천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집 소유자가 이민을 떠나기 위해 시세보다 싼 가격에 급히 처분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홍콩인들에게 떠오른 이민 지역은 대만이다.
대만은 600만 대만달러(약 2억5천만원) 이상 투자해 현지인을 고용하면 영주권을 준다.
아울러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작년부터 홍콩 민주화 시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홍콩인들을 돕겠다는 메시지를 지속해 발신했다.
홍콩 코즈웨이베이 서점에서 중국이 금서로 지정한 책을 팔았다가 중국 공안에 강제 연행돼 장기간 구금됐던 람웡키(林榮基)씨도 작년 대만으로 이주했고 최근엔 타이베이에서 서점 문을 다시 열기도 했다.
이처럼 작년에만 대만으로 이주한 홍콩 시민은 5천858명으로 2018년 4천148명보다 41.1% 급증했다.
다만 아직도 홍콩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민 대상 지역은 아일랜드,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다.
홍콩인이 느끼는 불안감은 환전소에서도 극명하게 표출된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에 따라 홍콩이 글로벌 금융 허브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최근 홍콩 내 여러 환전소에서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일부 환전소에서는 준비된 달러가 동이 나 더 환전해 주지 못하고 있다.
홍콩 내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보안법 강행에 맞서 경제·무역에서 홍콩이 누리는 특별 지위를 실제로 박탈하면 `달러 페그제`(통화가치를 미국 달러화 대비 일정 범위 내로 묶어두는 제도)가 무너져 달러와 홍콩달러의 자유로운 교환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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