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특례수입이 결정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한국인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명확한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임상 결과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만 별도로 떼어 보면 렘데시비르 투약 효과에 대한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렘데시비르는 미 국립보건원이 주도한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환자의 회복 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단축했다.
전 세계 10개국, 73개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폐렴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1,059명을 추린 결과다.
이 임상은 국내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린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참여했고, 연구 결과는 지난달 22일 자로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됐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임상시험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환자의 회복 기간을 줄이면 퇴원을 앞당겨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활용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같은 연구 결과를 놓고 다른 해석도 나온다.
렘데시비르는 인종에 따라 치료 효과에 차이가 있어 아시아인에게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재미 한국인 과학자의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18개국 재외한국과학기술자협회가 공동 개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윤주흥 미국 피츠버그의대 교수는 "렘데시비르는 최근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 백인에게는 효과가 있으나 아시아인에게는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윤 교수가 언급한 임상시험도 미 국립보건원이 발표한 연구다. 해석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임상시험 대상자 전체의 유의성을 보느냐와 인종별 차이를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 임상시험에서 전체적으로는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보고됐으나, 아시아 인종만 따로 보면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계는 임상시험 대상자 중 아시아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데서 오는 결과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임상시험 대상자 1,059명 중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지역에서 참여한 코로나19 폐렴 환자는 52명이다. 인종으로 보면 아시아인 참여자는 134명으로 전체의 약 12.7%다.
미국에서 주도한 임상시험이다 보니 북미에서 등록한 코로나19 환자가 844명에 달하고, 인종별로도 백인이 563명으로 가장 많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임상에서 아시아인에 대해서는 렘데시비르가 통계적 유의성을 갖춘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단순히 아시아인에 효과가 없다기보다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충분한 수의 환자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임상시험만 가지고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할 게 아니라 렘데시비르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에게도 과연 백인처럼 효과적인지에 대한 별도의 연구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렘데시비르는 에크모(ECMO)가 필요한 위중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미 국립보건원 연구에서도 입원 후 산소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환자에 가장 효과가 있었고, 에크모를 달아야 할 정도로 악화한 272명은 렘데시비르 투여 후에도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의학계의 실험 과정에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치료제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렘데시비르가 중간 정도 증상인 코로나19 환자에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시험 중간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 방역당국은 렘데시비르를 특례수입하기로 결정하고, 수입업자인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와 협의 중이다.
디지털전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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