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부득이한 사유라면 퇴직연금 일부를 중도인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7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금융정책 과제 중 하나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등 제반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행령 개정의 핵심은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는 근로자에게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본인이나 배우자, 부양가족이 코로나19 진단을 받거나 격리돼 수입이 급감한 사례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위축을 견디고자 기업이 근무시간 단축이나 무급휴가, 일시해고 등의 조치를 취한 경우도 포함된다.
퇴직연금은 비교적 확실한 담보물이므로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목돈을 조달할 수단이 된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은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무주택자의 주택구입이나 전세금·보증금, 6개월 이상 요양, 파산선고·회생 절차 개시, 기타 천재지변 등의 경우에만 퇴직연금 담보대출이 허용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담보대출 대상이 되지 않는다. 감염병은 사회적 재난에 해당하므로 `기타 천재지변`의 범주에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타 천재지변`의 범위를 좀 더 유연하게 봐 감염병과 같은 사회적 재난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도 퇴직연금 담보대출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단 담보대출을 허용한다 해도 담보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50%로 제한한다. 최악의 경우 근로자의 노후자산이 사라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다.
근로자들이 최대한 유리한 환경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관련 상품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또한 함께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를 퇴직연금 중도인출 사유로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중도인출은 확정급여(DB)형에서 불가하고 확정기여(DC)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만 가능하다. 역시 주택구입이나 전세금·보증금, 파산선고·개인회생 절차 개시, 대학등록금·혼례비·장례비 등을 중도인출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다만 중도인출은 근로자의 노후자산 감소를 의미하므로 담보대출보다는 요건을 까다롭게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 절차 작업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입법예고 등 기본적인 소요시간이 있어 실제 시행까지는 약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지난해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21조2천억원이다. 지난해에만 31조2천억원 늘어날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빠르다.
확정급여형(DB)이 138조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확정기여형(DC)·기업형IRP가 57조8천억원, 개인형IRP가 25조4천억원 규모다.
보험연구원 김진억 수석담당역은 앞서 `가계 긴급자금 수요 급증에 따른 퇴직연금 활용 검토` 보고서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퇴직연금 중도인출과 담보대출 대상으로 편입시키되 중도인출은 금액 한도, 담보대출은 상환 기간을 설정해 위기 극복 이후 퇴직연금 자산을 재적립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