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음악 레슨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상대방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가 불기소처분을 받은 칼럼니스트 겸 작가 은하선(본명 서보영) 씨가 민사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이종민 부장판사)는 오보에 강사 A씨가 은씨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8천만원을 청구한 사건에서 11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은씨는 2018년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재수할 때까지 약 8년간 레슨 선생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를 했다.
A씨는 2009년 은씨를 성추행한 혐의(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고소를 취하하고 앞으로 상호간에 민형사상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은씨 측과 합의하면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후 2018년 은씨가 당시 사건을 다시 언급하고 나서자, A씨는 은씨가 2009년 합의를 깨고 허위사실 내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당시 합의의 주된 목적은 고소 사건을 조기에 종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장래에 특정 행위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며 합의를 깼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은씨가 쓴 게시물의 허위성 여부에 대해서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된다"며 "원고가 피고를 고소한 사건의 죄명과 그밖의 법률적 용어가 일부 부정확하게 사용되긴 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의 차이에 불과해 전체적인 내용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은씨가 게시물에서 A씨의 이름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글에 나타난 여러 정보로 사실상 특정했으며, 일부 주장은 A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킬 만한 사실의 적시라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거나 이를 이야기하는 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에 기초한 것으로서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며 "가해자의 명예가 피해자의 말할 권리보다 더 보호받아야 할 법익이라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달리 피고가 원고를 비방할 목적이나 사적 이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게시물을 올린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또한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앞서 A씨는 2018년 7월 은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페이스북 글이 특정인을 지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2018년 12월 은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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