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보다 큰 후유증…뉴딜의 그림자

입력 2020-06-26 17:39   수정 2020-06-26 17:56

    <앵커>

    이번 3차 추경안의 핵심은 정부가 주도하는 경기부양책. 바로 '뉴딜 정책'인데요.

    뉴딜은 그 효과만큼이나 후유증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먼저 배성재 기자가 과거 미국의 뉴딜 정책과 이번 한국형 뉴딜 정책을 비교해 봤습니다.

    <기자>

    1929년 10월29일, 주가 지수가 하루 만에 11% 폭락하며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

    4년 새 주가 지수는 1/10, 국민총생산(GNP)은 1/2 수준으로 떨어졌고, 실업률은 24.9%까지 치솟았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과 수출이 타격을 입은 지금보다도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미국 정부는 뉴딜 정책에만 GDP의 8%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뉴딜 기간 중 미국의 통화량이 두 배 넘게 증가했고, 매년 약 20억 달러,

    우리 돈 약 2조2천억 원이라는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수준의 재정적자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에 비해 이번 3차 추경에 담긴 한국형 뉴딜 예산은 5조1천억 원으로 GDP의 0.2%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만 세 번에 걸쳐 편성한 올해 전체 추경 규모는 270조 원으로 지난해 실질 GDP의 14%에 이릅니다.

    사실상 과거 미국의 뉴딜 정책에 들어간 예산보다 더 큰 규모의 재정 투입이 진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과거 미국의 뉴딜이 토목 공사 위주의 SOC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한국형 뉴딜은 디지털과 친환경 에너지가 중심이라는 점도 차이점입니다.

    미국 뉴딜 정책의 효과는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단기적으로는 5%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이후 조세 부담 증가와 소득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재정수입 확보를 위해 7년 만에 세 배가 넘는 세금을 거둬들였기 때문입니다.

    뉴딜 정책 막바지엔 재정지출 삭감과 함께 극심한 경기 후퇴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인 뉴딜 정책 추진을 앞두고 있는 한국.

    과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어서 송민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인터뷰>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뉴딜 정책이라는 것은 결국은 친환경적인 모델, 디지털과 관련된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전면적인 사업 모델의 재조정이 불가피하고요. 이런 것들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뉴딜 정책으로 수혜를 받는 것은 사실 제한적인 수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이처럼 우리정부가 추구하는 뉴딜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선 산업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경쟁사와의 출혈경쟁이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같은 대내외 악재들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1위이자 세계 2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였던 OCI는 최근,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군산 1, 2, 3공장 가운데 2와 3공장의 문을 닫았습니다.

    태양광은 현 정부에서도 신재생 에너지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고 지난 2008년 폴리실리콘을 개발한 뒤 3년여 동안 큰 이익을 냈지만,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에 밀리면서 실적 악화를 겪은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결국 태양광 패널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을 중단한 OCI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OCI처럼 폴리실리콘 사업을 영위했던 한화솔루션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최근까지 100여 명에 이르는 여수공장 인력을 다른 곳으로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지털 분야에 속한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12개 국내 주요 장비업체 가운데 8개 업체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했습니다.

    5G 통신장비기업인 KMW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넘게 줄었고, 국내 유일의 5G 트랜지스터 생산 업체인 RFHIC도 영업이익이 80% 가까이 감소하며 실적 악화를 주도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들 중소·중견기업은 장기전에 버틸 맷집이 세지 않아 빛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사그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근로자도 사용자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는 한국형 뉴딜.

    국내 기업들이 정부 정책 기조와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시작부터 엇박자를 내는 가운데 모호한 지향점과 졸속심사 등으로 벌써부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송민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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