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모두 손해 보는 장사?...이스타항공 매각 미스터리

고영욱 기자

입력 2020-06-26 17:54  


● 이스타항공 매각 무산 위기
대한민국 3대 항공사 탄생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이스타항공은 26일 서울 양천구 본사에서 신규 이사와 감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었지만, 제주항공이 후보자 명단을 주지 않아 무산됐다.
이스타항공은 다음달 6일 또다시 임시주총을 연다는 계획이지만, 제주항공측은 계약상 조건이 선결되지 않으면 이번과 마찬가지로 후보자 명단을 주지 않는단 입장이다.
신규 이사와 감사 선임은 거래상의 의무조항이다. 이때 계약상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지명하는 인물로 선임해야 한다.
제주항공에서는 이스타항공 측에 "거래 종결일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사와 감사 후보 명단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거래종결일은 양사 합의사항으로 오는 29일로 알려졌다.

● 110억 더 책임진다 vs 250억 다 책임져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극한 대치중인건 6월 현재 250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 직원 체불임금 문제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제주항공에 지난 2월과 3월 임금에 해당하는 110억원을 책임지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여전히 경영진과 대주주가 전액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권이 넘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체불임금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공개한 재산은 40억원 가량이다.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홀딩스가 40% 가량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과 딸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매각대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410억원 가량이다. 이 가운데 이미 계약금으로 받은 116억원은 운영자금에 투입됐다.

● 양측 모두 손해 보는 장사?
이스타항공 측은 이번 딜이 성사되더라도 제주항공 전환사채 인수(100억원)와 이행담보로 제공하는 전환사채(100억원), 양도소득세(70억원 상당) 납부, 누적적자 청산(20억원 상당) 등을 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체불임금 110억원까지 지급하고 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입장이다.
특히 제주항공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지난 3월 이후 이스타항공에 전 노선 운항 중단(셧다운)을 지시해 손해가 더 커졌다고 주장한다. 만약 셧다운 대신 무급 휴업을 선택했다면 체불임금규모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에 셧다운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전적으로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영업손실 657억 원, 당기순손실 1,014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를 상황인 만큼 이스타항공을 인수했을 때 재무적 부담이 상당하다. 다만 제주항공 측은 제도적 절차인 베트남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절차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위원장은 “손해 보면서 장사하는 사람이 어딨냐”며 “그런 장사를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둘 중 하나는 사실과 다르게 말한 셈”이라고 말했다.

● 진흙탕 싸움 번지나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스타항공에겐 버틸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정부지원을 기대하는 이유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26일 임시주총 직후 "정부 지원을 받는 방안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17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 세부조건 협의가 확정되고 마지막 제도절차로 남은 베트남 경쟁당국 기업결합 승인이 끝나면 내부심사를 통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인수가 확정된 뒤의 금융지원이다. 산은 측은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한 별도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이 무위로 돌아가면 법정 책임공방이 불가피하다.
계약금 반환 소송부터 매각불발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 임금체불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까지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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