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30년 이상 장기집권 길을 열어줄 헌법 개정 국민투표 본 투표가 1일(현지시간) 실시됐다.
투표는 공휴일로 정해진 이날 11개 시간대로 나뉜 러시아 전역의 9만6천여개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차례로 진행됐다.
수도 모스크바보다 9시간이 빠른 극동 캄차카주에서 가장 먼저 시작돼 모스크바보다 1시간이 늦은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주(州)의 투표소가 문을 닫으면서 모두 종료됐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밤 11시(모스크바 시간) 현재 60% 개표 상황에서 76.9%의 투표자가 개헌을 지지하고 22%가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표율은 65%로 파악됐다.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에 `찬성` 혹은 `반대` 표시를 해 개헌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시간당 8~12명 정도만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배정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또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발열 검사를 받게 하고, 1시간마다 10분 동안 투표소를 닫고 사람들을 나가게 한 뒤 내부를 소독했다.
크렘린궁(대통령 행정실)과 중앙선관위는 투표율과 지지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시내 과학 아카데미 건물에 차려진 투표소에 직접 나와 투표했다.
그는 러시아 전역에서 하루 6천명대, 모스크바에서만 하루 600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지만 마스크나 일회용 장갑도 착용하지 않았다.
푸틴은 전날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과의 격전지였던 모스크바 인근 트베리주 르줴프에서 열린 전몰용사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를 위해 투표하고 있다"면서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러시아인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2차대전 격전지에서 개헌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선거 당국은 러시아와 외교 관계 단절 직전 수준의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도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4개 도시 러시아 공관에 투표소를 설치해 현지 거주 국민이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임무 수행 중인 러시아 우주인 2명도 온라인 전자투표와 대리인을 통한 대리 투표 등의 방식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선거 당국은 또 투표자에게 각종 상품과 자동차, 아파트까지 탈 수 있는 경품추첨을 미끼로 투표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6일 동안의 사전투표가 이루어진 전날까지 이미 투표율이 55%를 넘어섰고, 2개 지역에서 약 118만명이 신청한 온라인 투표율은 93%를 넘었다.
크렘린궁은 앞서 높은 투표율과 70% 이상의 지지율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국민투표의 최소한도 투표율은 없으며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개헌안은 통과된다.
사실 국민투표가 개헌을 위해 꼭 필요한 법적 절차는 아니다.
개헌안은 이미 지난 3월 의회(상·하원) 승인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국민투표에서 지지를 얻을 때만 개헌안이 발효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에 대한 확실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월 중순 연례 국정연설에서 전격적으로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국민투표에서 예상대로 개헌안이 통과되면 벌써 네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인 푸틴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72세가 되는 2024년 5기 집권을 위한 대선에 재출마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다.
`동일 인물의 두 차례 넘는 대통령직 수행 금지` 조항이 포함된 개헌안에 푸틴 대통령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특별조항이 함께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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